'그저 그냥'에 해당되는 글 486건

  1. 2009.12.01 Momos Momus
  2. 2009.12.01 난곡
  3. 2009.11.30 Lip-stick on a Pig
  4. 2009.11.30 선택적 망각
2009. 12. 1. 14:42

그리스 신화에서 모모스는 불평과 비난의 신이다.

모든 것이 남의 탓이다.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에 따르면

밤의 여신 닉스가 남성과 관계를 갖지 않고 낳은 자식 가운데 하나이다

모모스는 닉스가 낳은 다른 자식들, 모로스(은명運命), 타나토스(죽음) 케르, 아파테(사기詐欺), 모이라이(운명의 여신들), 오이쥐스(불행不幸, 고초苦草), 오네이로이(꿈), 필로테스(우정), 에리스(불화 不和)등과 남매지간이다.


그는 제 맘에 들지 않으면 악의를 가지고 남을 비난하고 풍자하며 조롱하고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모모스는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에게 “왜 인간의 가슴에 창(窓)을 만들어 놓지 않았느냐”고 탓했다. 창이 없으니 인간의 속마음을 알기 어렵고 비난거리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불평이었다.

만사(萬事)가 불만거리인 모모스는 제우스에게 인간을 전쟁으로 쓸어버리라고 귀띔했다. 그래서 트로이전쟁이 일어났다고도 한다.


일설에는 그의 풍자와 조롱이 너무 심해서 제우스마저도 무식하고 폭력적이고 여자들 뒤꽁무니만 쫓아다닌다고 비난했다고 하며 그 때문에 모든 신들이 그를 싫어해서 결국 올림포스 산에서 쫓겨났다고 한다.


요즈음의 ‘모모스’는 디지털 시대에 나타난 미국의 새로운 상류계급인 ‘보보스’(Bobos)를 빗대어 ‘모(mo)두가 빚,모(mo)두가 가짜’인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란다.


보보스가 부르주아(bourgeois)의 물질적 실리와 보헤미안(bohemian)의 정신적 풍요를 동시에 누리는 상류층을 지칭한 용어임을 해학적으로 뒤집은 말이라나.


겉치장이라도 그럴 듯하게 보이기 위해 빚을 내어 명품을 사거나, 가짜 유명상표라도 달고 다녀야 마음의 위안을 찾는다는 점에서 ‘명품족’과도 대칭되는 개념이겠지.


처음엔 ‘명품족’에 못끼는 젊은층 사이에서 자조적으로 유행했는데 생각과 행동은 상류층의 삶을 지향하는데 현실은 뒤따라가지 못하는 중·저가대 연봉의 30, 40대 직장인들을 한데 아우르는 개념으로 발전했단다.


오늘에는 귀한 분들을 우러러 보면 Momos가 자꾸 생각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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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qlstnfp
2009. 12. 1. 02:45

힘들때는 어려웠던 옛일을 생각하라했다.

난곡은 서울 관악구 신림 7동을 중심으로 3, 10, 13동에 걸쳐 있던 빈민촌이었다.


난곡은 햇볕이 잘 들어 난초가 무성한 데서 비롯된 고유 지명이다.

1967년 정부의 도심 판자촌 철거 정책 이후 대방동, 용산, 서울역, 청계천 등지의 판자촌 주민이 이곳으로 이주하면서 마을이 형성됐다.


구청은 흙바닥에 8평씩 분필로 금을 그어 철거민들에게 나눠줬다. 흙으로, 벽돌로, 판자로 요령껏 지은 집들이 다닥다닥 들어섰다. 이렇게 2600가구, 1만3000명이 모인 ‘하늘 아래 첫 동네’가 섰다.

70년대에는 농촌에서 유입된 인구가 다시 한번 들어와 거주민이 급격하게 늘었다.

산비탈의 가파른 골목을 따라 단칸방마다 7~8명이 한데 모여 살았다. 야학을 하는 대학생들이 찾아왔고 수많은 사회운동가들이 이곳에서 빈민운동을 했다.


난곡은 재개발지구 지정 당시 전체 가옥주 2498세대 가운데 실제 이곳 거주자는 전체의 14.7%인 435세대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난곡지구에 입주권리만을 가진 채 다른 곳에서 살고 있었다는 얘기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는 이제 사라졌다.


이시영은 가난했던 시절, 누나의 단칸방(지상의 방 한 칸)에서 결핵을 앓으며 학교 다니던 난곡(蘭谷)의 기억을 가슴시린 이야기로 노래했다.


먼지 자욱한 길가에 루핑을 이고 엎드린 한칸 방. 누나와 조카 둘과 나의 보금자리였지…찌는 듯한 더위에 못 이겨 야산에 오르면 시골처럼 캄캄하던 동네. 개천 건너 그 동물병원 같은 보건소는 잘 있는지 몰라’. 겨울이면 조카의 어린 몸을 난로처럼 안고 자야 했다.고


김승봉은 '난곡에 가면'


아침마다 줄이 늘어서는 재래식 공동화장실, 가파르고 쩨쩨한 골목들, 길모퉁이마다 쌓인 연탄재…. 가난을 대물림하는 빈민촌. 그러나 어려울수록 사람 사는 냄새는 진했다.

‘막차로 돌아올 식구들을 위해 여자들은 아직 벌겋게 달아오른 연탄재를 들고나와 가파른 골목길에 뿌려준다 며

난곡에 가면 만나는 고단한 삶, 누추한 골목도 보금자리로 알고 살던 난곡 사람들, 공부방을 열어 아이들의 희망을 키워 주던 그 시절 대학생들을 건강한 이웃들이라 했다.


재개발후 난곡의 세입자 중 일부는 주공 임대아파트로 옮겨갔다. 임대아파트 보증금이 부담스러웠던 나머지 세입자들은 이주비로 600만원쯤 받고 어딘가 또 다른 가장자리로 떠밀려 흘러갔다.


오늘의 천지개벽하듯 휘황찬란한 난곡 아파트숲은 지난 그늘을 알고 있을까?

그 그늘이 아직도 ‘지상의 방 한 칸’을 찾아 떠도는 난곡 사람들의 한숨임을....

너무 쉽게 잊는다.

너무 쉽게 잊으려한다.

그 시절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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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qlstnfp
2009. 11. 30. 19:27


의도된 연출은 시간을 절약하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허접스런 사건도 연출을 통해 중요한 사건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고, 추잡함도 미화시킬 수 있다.

일종의 화장술이다.


과정보다 결과를,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현실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결과만 좋다면 미덕이 되기도 하고,

나중에 왜 그랬느냐?면 그런 일도 있었느냐?고 되묻고 자리를 피하면 된다.


그러나 매그넘 사진작가인 이언 베리는 “원하는 대로 구성해서 세팅을 해놓고 찍는다면 그건 보도가 아니라 선전”이라며

“사진가는 관찰자일 수밖에 없다. 조용히 움직여서 상대가 나를 의식하지 못할 때 찍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문열이 총기있던 시절 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한 대목을 소개한다.


“그때껏 서울에서 내가 보아 왔던 반장들은 하나같이 힘과는 거리가 멀었다. 드물게 힘까지 센 아이가 있어도, 그걸로 아이들을 억누르거나 부리려고 드는 법은 거의 없었다. 다음 선거가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그런 걸 참아 주지 않는 까닭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날, 전혀 새로운 성질의 반장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소설 속 주인공 한병태는 교실 안의 절대 권력자인 엄석대를 향해 “반장이 부르면 다야? 반장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서 대령해야 하느냐고?” 항변한다


2006.03.08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주용중 논설위원의 글을 소개한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6/03/08/2006030870532.html



미국이 1983년 그레나다를 침공했을 때 전례없는 일이 벌어졌다. 레이건 행정부가 종군기자 취재를 봉쇄했다. 명분이 약했던 침공, 그 치부(恥部)의 현장이 노출되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취재를 포기하지 않았다. 여객선을 빌려 카리브해 남쪽 그레나다로 접근했다. 미 공군은 격침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몇몇 기자는 구류까지 살았다. 미군의 방해도 언론의 끈질긴 후속 취재와 보도는 막지 못했다.


그로부터 꼭 20년 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기 직전, 미 전사(戰史)에 유례없는 일이 또 생겼다. 토리 클라크 국방부 대변인은 참전 부대들에 세계 기자 700여명을 배속시켜 취재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매케인 상원의원 보좌관을 지낸 클라크는 국방부의 첫 여성 대변인이었다. 일부 장군들은 “불리한 뉴스가 그대로 나갈 수 있다” “기자들을 어떻게 통제하느냐”며 반발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클라크의 손을 들어줬고 기자들은 전장에서 화약냄새 물씬한 기사를 타전했다.


2003년 은퇴했던 클라크가 얼마 전 ‘돼지 입술에 립스틱’이라는 홍보지침서를 냈다. ‘돼지 입술에 립스틱을 발라도 돼지는 돼지’라는 속담에서 따온 제목이다. 그녀는 “나쁜 뉴스에 사탕발림을 하는 것은 돼지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는 것처럼 소용이 없다”고 했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진실은 하루라도 빨리 털어놓는 것이 정부 홍보의 상책(上策)이라는 것이다.


나쁜 뉴스는 막고 좋은 뉴스는 키우고 싶은 것은 어떤 정부나 마찬가지다. 닉슨은 대통령에 관한 기사를 뉴욕타임스가 아니라 백악관이 결정해야 할 것처럼 공보담당자들을 닦아세웠다. 그러나 ‘나쁜 뉴스 막기’와 ‘좋은 뉴스 키우기’에도 상식이 있고 정도(正道)가 있는 법이다. 독일 헌법재판소는 1970년대에 “국가 예산을 들여 정부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정보를 국민에 전달하는 당파적 공보활동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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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qlstnfp
2009. 11. 30. 00:39

‘선택적 망각’


사람들은 경험한 것을 모두 기억하진 않는다.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에 남긴다.

프로이트가 심리적 방어기제의 하나로 제시한 데서 비롯된 '선택적 망각'을 이르는 말이다.


거꾸로 아픈 상처를 가진 사람은 상대가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기억하고 불리한 것은 기억치 못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할리우드 영화 맨인블랙(Men In Black)에서 MIB 요원이 가지고 다니는 필수품 가운데 하나가 기억을 지우는 장치다.

MIB 요원은 플래시 빛을 번쩍 터뜨려 최근 기억이 말끔하게 사라지게 한다.


전기가 나가도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고, 수시로 썼다 지웠다 할 수 있는 반도체 기억장치 ‘플래시메모리’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리라.


<맨인블랙>에서 주인공들이 바쁜 세상이다.

지워도 지워도 흔적은 남는다.

기억장치의 복원기술 또한 발전을 하고 있으니...


'신 焚書坑儒'의 회오리가 걱정된다.

과거는 선택해준 것만 기억하는 것인가?

그래도 좋은데 선택해주는 사람이 언젠가는 바뀐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랫 것들은 혼란 스럽다.

어제의 정의가 오늘은 불의가 되고, 허위가 진실이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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