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30. 19:27


의도된 연출은 시간을 절약하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허접스런 사건도 연출을 통해 중요한 사건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고, 추잡함도 미화시킬 수 있다.

일종의 화장술이다.


과정보다 결과를,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현실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결과만 좋다면 미덕이 되기도 하고,

나중에 왜 그랬느냐?면 그런 일도 있었느냐?고 되묻고 자리를 피하면 된다.


그러나 매그넘 사진작가인 이언 베리는 “원하는 대로 구성해서 세팅을 해놓고 찍는다면 그건 보도가 아니라 선전”이라며

“사진가는 관찰자일 수밖에 없다. 조용히 움직여서 상대가 나를 의식하지 못할 때 찍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문열이 총기있던 시절 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한 대목을 소개한다.


“그때껏 서울에서 내가 보아 왔던 반장들은 하나같이 힘과는 거리가 멀었다. 드물게 힘까지 센 아이가 있어도, 그걸로 아이들을 억누르거나 부리려고 드는 법은 거의 없었다. 다음 선거가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그런 걸 참아 주지 않는 까닭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날, 전혀 새로운 성질의 반장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소설 속 주인공 한병태는 교실 안의 절대 권력자인 엄석대를 향해 “반장이 부르면 다야? 반장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서 대령해야 하느냐고?” 항변한다


2006.03.08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주용중 논설위원의 글을 소개한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6/03/08/2006030870532.html



미국이 1983년 그레나다를 침공했을 때 전례없는 일이 벌어졌다. 레이건 행정부가 종군기자 취재를 봉쇄했다. 명분이 약했던 침공, 그 치부(恥部)의 현장이 노출되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취재를 포기하지 않았다. 여객선을 빌려 카리브해 남쪽 그레나다로 접근했다. 미 공군은 격침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몇몇 기자는 구류까지 살았다. 미군의 방해도 언론의 끈질긴 후속 취재와 보도는 막지 못했다.


그로부터 꼭 20년 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기 직전, 미 전사(戰史)에 유례없는 일이 또 생겼다. 토리 클라크 국방부 대변인은 참전 부대들에 세계 기자 700여명을 배속시켜 취재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매케인 상원의원 보좌관을 지낸 클라크는 국방부의 첫 여성 대변인이었다. 일부 장군들은 “불리한 뉴스가 그대로 나갈 수 있다” “기자들을 어떻게 통제하느냐”며 반발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클라크의 손을 들어줬고 기자들은 전장에서 화약냄새 물씬한 기사를 타전했다.


2003년 은퇴했던 클라크가 얼마 전 ‘돼지 입술에 립스틱’이라는 홍보지침서를 냈다. ‘돼지 입술에 립스틱을 발라도 돼지는 돼지’라는 속담에서 따온 제목이다. 그녀는 “나쁜 뉴스에 사탕발림을 하는 것은 돼지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는 것처럼 소용이 없다”고 했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진실은 하루라도 빨리 털어놓는 것이 정부 홍보의 상책(上策)이라는 것이다.


나쁜 뉴스는 막고 좋은 뉴스는 키우고 싶은 것은 어떤 정부나 마찬가지다. 닉슨은 대통령에 관한 기사를 뉴욕타임스가 아니라 백악관이 결정해야 할 것처럼 공보담당자들을 닦아세웠다. 그러나 ‘나쁜 뉴스 막기’와 ‘좋은 뉴스 키우기’에도 상식이 있고 정도(正道)가 있는 법이다. 독일 헌법재판소는 1970년대에 “국가 예산을 들여 정부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정보를 국민에 전달하는 당파적 공보활동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그저 그냥' 카테고리의 다른 글

Momos Momus  (0) 2009.12.01
난곡  (0) 2009.12.01
선택적 망각  (0) 2009.11.30
Black Friday  (0) 2009.11.29
Blind Spot(思考의 盲點)  (0) 2009.11.28
Posted by qlstn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