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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11 저희는 자기가 하는 일을 모릅니다.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2. 2009.07.10 환상-허상
  3. 2009.07.10 김상미의 갈증
  4. 2009.07.09 돌아오지 못하는 강
2009. 7. 11. 00:34

십자가에 달린 예수가 조롱하는 이들을 위해

‘저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릅니다.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라고 기도했다.

바냐루카, 보스니아-헤르체비고나연방 스르프스카 공화국의 수도. 로마의 성채와 400~500여년 전 지어진 이슬람과 정교회의 사원과 수도원이 고색을 뽐내고, 울창한 가로수 숲길로 유명했던 곳.

2003년 6월22일 그곳에서 교황 바오로 2세가 한 강론은 이렇게 시작했다.

“엄청난 핍박과 살육으로 얼룩진 이 도시에서 가톨릭 교도들이 범한 인륜과 자유, 인간 존엄성에 반하는 죄를 사하고 서로 용서하는 마음을 더욱 강하게 해 줄 것을 기도 드립니다.”

도대체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교황은 용서부터 빌어야 했던 것일까?

2차 세계대전 주축국 독일과 이탈리아는 발칸 지역을 점령한 뒤 바냐루카를 가톨릭계의 크로아티아에 귀속시켰다.

당시 그곳 주민은 세르비아계 정교도가 과반을 차지하고 가톨릭계는 20~30%였다. 정교도는 저항했다. 1942년 2월7일, 가톨릭 신도들로 구성된 민병대 우스타샤는 한 가톨릭 사제의 지휘 아래 어린이 500여명이 포함된 2500여 세르비아계 정교도를 살해했다. 이후 다른 종교인들은 죽음의 수용소(야세노바츠, 스타라 그라디슈카)로 보내졌다. 이 사건은 파시스트에 의한 인종청소와 학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50년 뒤 보스니아 내전이 터졌다. 정교도의 보복이 시작됐다.고풍스런 이슬람 사원과 고딕 양식의 가톨릭 성당은 파괴됐다.

얼마나 극심했던지 바냐루카의 9만여 비정교도들은 내전 중 1000여명으로 줄었다.

종전 후 10여년이 흘러 인구도 30여만명으로 늘었지만, 비정교도는 5% 미만이다.

작년 보스니아의 스레브레니차에선, 내전 중 정교도가 학살한 8000여 주검 가운데 새로 발굴된 400여구의 추도식이 열렸다. 그날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가톨릭 이외의 다른 교파는 참 교회가 아니다’라는 문건을 발표했다.

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년)는 요한 23세의 제안에 따라 네 헌장, 아홉 교령, 세 선언을 채택했다.

방대한 문헌의 바탕은 ‘가톨릭 교회만이 아니라 세상 전체가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정신이었다. 그것은 “… 양심의 명령을 통하여 알게 된 신의 뜻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영원한 구원을 얻을 수 있다” 혹은 “그러므로 교회는 다른 종교의 신봉자들과 대화하고 협력하며 … 다른 종교인들의 정신적 도덕적 자산과 사회·문화적 가치를 인정하고 보호하라” 등으로 구체화됐다. 공의회가 이렇게 단언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사람 중 한 사람이라도 형제로 대하기를 거부”해선 안 된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문건은 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년)의 부정이다.

대체로 기독교의 만행은, 다른 종교나 다른 교파의 신앙과 교리를 부정하고 배척하는 ‘획일적 신학’에서 비롯됐다. 이는 정치적 극단주의와 결탁해 전쟁을 도발하고, 학살을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파시즘과 함께 저지른 유대인 학살이나, 세르비아 민족주의와 결합해 저지른 보스니아 학살과 인종청소는 일부 사례일 뿐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한국의 대통령이 만났다.

무엇을 얻으려 만났을까?

무슨 말을 나누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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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qlstnfp
2009. 7. 10. 23:16

대중매체가 쏟아내는 말은 실재를 반영하기보다는 허상 또는 환상을 만들어낸다.

이는 정치의 장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권력자 특히 독재자는 끊임없이 자신의 이미지를 조작하고, 가공의 적, 조작된 증오, 허황한 목표 따위를 만들어낸다. 거짓을 가리기 위해 더 많은 말, 더 많은 환상을 지어낸다.

그 환상을 이용해 부축하는 척하며 주머니 터는 ‘아리랑치기’도 서슴치 않는다.

1953년 노동자 봉기를 무력 진압하고 선전선동을 독려하던 공산당 정권에 대해 브레히트는 이런 야유를 보낸다.

“…인민이 어리석게도 정부의 신뢰를 잃었으니/ …차라리 정부가 인민을 해산하고/ 다른 인민을 선택하는 게/ 더 간단하지 않을까.” 동독 정권은 오래전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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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qlstnfp
2009. 7. 10. 18:08

사람이 그리워요
잘 지내니, 잘 살고 있니, 담담히 묻는 사람
수백 미터 언덕 멀리에서 솟는 밥 짓는 연기처럼
정다운 사람
그런 사람이 그리워요

새 세상이 왔지만
이곳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살고 있어요
모두가 한결같이 전투 속의 투사들 같아
사람이 사람에게 칼처럼 베이고 있어요

얼마나 서로를 경계하는지!
얼마나 서로를 시기하고 살피는지!

그런데도 점점 더 사람 속으로 굽이치고 싶어요
사람들의 두툼한 손끝에서 따뜻한 불 쬐고 싶어요
아침마다 길어 올리는 태양의 양분
그들과 함께 골고루 섭취하고 싶어요

그러니 와서 말해줘요
내가 밟고 사는 친숙한 땅, 흙냄새 같은 이여,
언제나 그리운 사람은 그대였다고
그대에게로 점점 다가가는 나 자신이었다고!

그냥 남의 시선 느끼지 않고

살고 싶습니다.

그 자유는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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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qlstnfp
2009. 7. 9. 17:05

너무 멀리 갑니다.

우리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 까지만 가야 합니다.

부르면 고개 돌리며 웃는 모습 보여 주기를 바라는 허망한 기대를 합니다.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너는 그대여

며칠 지나면 사느라 바빠 술먹을 때나 가끔 생각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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