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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2.29 아부는 본능이다, 그리고 기술이다 [중앙일보]
- 2006.12.29 미터법
- 2006.12.29 신명나는 세상의 조건
- 2006.12.27 성공의 비결
아부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심지어 에이브러햄 링컨도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라고 말했을 정도니까. 아부는 받는 사람이 순수한 칭찬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일종의 '전략적인 칭찬'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수석 편집장을 지낸 저널리스트가 쓴 이 책은 일종의 아부 문화사다. 고대 이집트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 역사를 뒤지며 아부의 실체를 해부한다.
먼저 현재를 보자. 전세계에서 가장 힘이 세다는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전세계 모든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유권자에게 아부하고 있다. "미국인들의 지혜를 믿고 결정한 것은 한 번의 실패도 없었다"라고 외쳤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그야말로 대표선수다. 그는 "미국민들이 어쩌면 이렇게 멋질 수 있느냐"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다. 그래서일까. 미국인은 그를 최고의 대통령으로 기억하고 있다. 아부는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고대 이집트를 보자. 3500년 전인 기원전 1500년 무렵에 이집트 관리는 상형문자를 사용해 "왕은 모든 이의 부모이며 누구도 필적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라고 적었다. 그만큼 아부는 역사적이다. 고대 석상을 보라. 파라오는 완벽한 체격의 미남으로 표현돼 있다. 매끄럽고 젊은 피부에 몸은 완벽하게 균형 잡혔다. 신하들이 자신의 군주를 우상화해 극상의 아부를 한 것이다. 이렇듯 아부는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인류 문명의 일부였다. 5만 년 전 나타난 여러 종의 화석 인류 가운데 덩치 크고 힘만 사용하는 종족은 사라졌어도 몸이 작아도 똑똑한 종은 살아남아 우리의 조상이 됐다. 말 잘하는 꾀보 우디 앨런이 근육질에 힘 좋은 헐크 호건을 물리친 셈이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일상생활에서 힘보다 부드러운 말이 더욱 잘 통한다. 그렇다면, 아부는 우리의 DNA에 각인된 유전적 체질이 아닐까?
물론 아부에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특히 대중을 향한 아부인 포퓰리즘은 고대부터 비판의 대상이었다.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웅변가 데모스테네스는 "'나는 대중을 가족만큼이나 사랑한다'라고 항상 떠벌리는 대중 아부꾼은 대개 부패 정치인"이라고 비난했다. 철학자 플라톤은 "대중이 선동 정치가들의 아부에 너무나 쉽게 현혹 당한다"고 개탄했다. 하지만 지은이는 "인간은 천성적으로 아부에 약하다"며 "아부를 아부라고 믿지 않고 이를 사실로 믿고 싶은 욕망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철학자 존 로크는 "인간이란 결국 속고야 말 일시적으로 기분 좋은 걸 찾게 마련"이라고 간파했다.그는 또 "남에게 대접받고 싶어하는 대로 너희도 남에게 하라"고 외친 공리주의자 존 스튜어트 밀에서 아부의 철학적 배경을 찾는다. "필요한 상황에서 아부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엄청난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미국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의 말을 빌려 예찬론까지 편다. 사람들이 원만하게 지내려면 아부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아부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아부의 예술가'였던 카사노바는 "미모를 갖춘 이에겐 지성을 칭찬하고, 지성을 갖춘 이에겐 미모를 칭찬하라"라고 조언한다. '사랑하는 아들아, 이렇게 살아라'라는 책을 내고 자식에게 아부를 적극적으로 가르쳤다는 18세기 영국 정치인 체스터필드 경은 "남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찾아봐서 뛰어난 부분은 정당하게 평가하고, 약한 부분은 더욱 높게 평가해주라"고 충고했다. 가수 휘트니 휴스턴에겐 취미인 그림 솜씨가 좋다고 칭찬하고,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에겐 덩크슛을 칭찬하지 말고 '야구 실력도 뛰어나다'라고 슬쩍 치켜세우라는 뜻이다. 아부가 절대 아니라며 시치미를 뚝 떼는 것도 좋은 기술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은 식민지 시절 복무하던 영국군의 상관에게 "저는 사령관 각하의 인격을 대단히 높이 평가하고 존경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부할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그는 곧바로 진급했다.
Youre too kind : A Brief History of Flattery 리처드 스텐걸 지음에서 발췌
미터법 위반 과태료
정부는 내년 7월부터 매매계약서나 분양광고에 미터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다.
각 나라는 문화와 역사적 배경에 따라 길이, 무게, 면적, 부피 등에 관한 다양한 계량단위를 갖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된 척관법, 1790년 프랑스 파리과학아카데미가 만든 미터법, 영국과 미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야드·파운드법이 대표적인 예다. 1875년 체결된 국제미터협약은 전 세계가 미터법을 사용하는 계기가 됐다. 영미도 미터법을 채택했지만 인치, 마일, 야드, 파운드, 갤런 등의 고유 단위가 흔히 사용될 정도로 정착이 쉽지 않다.
현대적 계량체계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1902년 궁내부(宮內府)에 도량형 사무를 관장하는 평식원(平式院) 설치가 시발점이다. 1905년 대한제국 법률 1호로 제정된 도량형 규칙은 척관법(尺貫法)을 미터법과 야드·파운드법과 혼용하도록 했다. 이때 처음으로 척관법에서 길이의 기본단위인 자 또는 척(尺)은 0.303m, 무게의 단위인 관(貫)은 3.75kg으로 규정했다.
우리나라는 1961년 제정된 계량법은 거래와 증명(證明)에 미터법만 쓰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부동산중개업의 88%가 m² 대신 평(坪)을, 귀금속판매업의 71%가 3.75g 대신 1돈을 사용한다. 식당에선 여전히 ‘삼겹살 몇 인분’으로 통한다
▷가장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있는 계량단위가 미터법이다. 미터법의 1m는 지구 자오선 길이의 4000만분의 1이 기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요오드 안정화 헬륨·네온 레이저에서 나온 빛이 진공상태에서 2억9979만2458분의 1초 동안 진행한 경로의 길이’로 정확성을 높였다. 오차범위가 불과 0.00000002mm이다. 애초에 길이의 단위는 사람마다 다른 신체에서 나왔다. 피트는 발 길이, 인치는 엄지손가락 첫마디가 기준이 됐고, 야드는 코에서 손가락 끝까지 길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지킬 것은 지키도록 해야겠지만 생활과 문화의 일부가 돼 버린 계량 관행을 처벌까지 하겠다는 것은 행정만능주의는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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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함께 춤출 수 있는 신명 있는 세상을 꿈꿔본다...
하여 나는 남은 날이 언제든 오늘처럼 늘 춤판에 설것이다...사람들 얼굴에 번져가는 웃음과 기쁨, 이 가슴의 전두가 고통을 넘어선 힘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춤은...춤은....끝나지 않았다...아니 끝나지 않을 것이다..."
성공의 비결
▷참 간단하고 다 아는 소리다. 그런데 왜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자신을 몰라주는 세상만 원망할까. ‘오프라 윈프리 쇼’에 닥터 필이라는 이름으로 종종 등장하는 임상심리학자 필립 맥그로 박사는 “바로 당신이 문제”라고 했다. 사람들은 크게는 아니어도 남부럽지 않게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대체로 안다. 그러면서도 실행하지 않고 남 탓만 한다는 거다.
▷미국이니까 가능한 성공법이라고 할 수도 있다.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은 ‘성공할 때까지 기회를 준다’는 사회적 약속이기도 하다. 대학입시에선 수학능력시험(SAT)을 몇 차례 봤다가 제일 좋은 점수를 낼 수 있고, 비즈니스 진입과 퇴출도 복잡하지 않아 실패가 덜 두렵다. 우리나라도 미국 못지않게 성공 열망이 끓는 사람으로 넘치지만 패자에 대한 배려는 한참 못 미친다. 억울함이 쌓여 남의 성공이 ‘기회주의자의 득세’로 보이는 걸까.
▷미국의 카토연구소는 최근 “역시 문화가 문제”라는 글을 온라인 잡지에 실었다. 한국을 포함한 25개국을 3년간 연구한 결과다. 평등보다 경쟁을, 연고(緣故)보다 실력을, 변화에 저항하기보다 적응을 북돋는 문화가 성공을 키운다는 사실이 분명하다고 했다. 문화를 바꾸기는 쉽지 않지만 정치는 인센티브를 통해 이를 바꿀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결국 정치가 문제라는 결론은 ‘남 탓’ 같아서 개운치 않다. 아무래도 2007년에는 성공을 위해 나 자신 바꾸기와 정치 바꾸기를 동시에 추구해야 할 것 같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