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2. 29. 22:46

아부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심지어 에이브러햄 링컨도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라고 말했을 정도니까. 아부는 받는 사람이 순수한 칭찬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일종의 '전략적인 칭찬'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수석 편집장을 지낸 저널리스트가 쓴 이 책은 일종의 아부 문화사다. 고대 이집트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 역사를 뒤지며 아부의 실체를 해부한다.

먼저 현재를 보자. 전세계에서 가장 힘이 세다는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전세계 모든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유권자에게 아부하고 있다. "미국인들의 지혜를 믿고 결정한 것은 한 번의 실패도 없었다"라고 외쳤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그야말로 대표선수다. 그는 "미국민들이 어쩌면 이렇게 멋질 수 있느냐"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다. 그래서일까. 미국인은 그를 최고의 대통령으로 기억하고 있다. 아부는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고대 이집트를 보자. 3500년 전인 기원전 1500년 무렵에 이집트 관리는 상형문자를 사용해 "왕은 모든 이의 부모이며 누구도 필적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라고 적었다. 그만큼 아부는 역사적이다. 고대 석상을 보라. 파라오는 완벽한 체격의 미남으로 표현돼 있다. 매끄럽고 젊은 피부에 몸은 완벽하게 균형 잡혔다. 신하들이 자신의 군주를 우상화해 극상의 아부를 한 것이다. 이렇듯 아부는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인류 문명의 일부였다. 5만 년 전 나타난 여러 종의 화석 인류 가운데 덩치 크고 힘만 사용하는 종족은 사라졌어도 몸이 작아도 똑똑한 종은 살아남아 우리의 조상이 됐다. 말 잘하는 꾀보 우디 앨런이 근육질에 힘 좋은 헐크 호건을 물리친 셈이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일상생활에서 힘보다 부드러운 말이 더욱 잘 통한다. 그렇다면, 아부는 우리의 DNA에 각인된 유전적 체질이 아닐까?

물론 아부에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특히 대중을 향한 아부인 포퓰리즘은 고대부터 비판의 대상이었다.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웅변가 데모스테네스는 "'나는 대중을 가족만큼이나 사랑한다'라고 항상 떠벌리는 대중 아부꾼은 대개 부패 정치인"이라고 비난했다. 철학자 플라톤은 "대중이 선동 정치가들의 아부에 너무나 쉽게 현혹 당한다"고 개탄했다. 하지만 지은이는 "인간은 천성적으로 아부에 약하다"며 "아부를 아부라고 믿지 않고 이를 사실로 믿고 싶은 욕망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철학자 존 로크는 "인간이란 결국 속고야 말 일시적으로 기분 좋은 걸 찾게 마련"이라고 간파했다.그는 또 "남에게 대접받고 싶어하는 대로 너희도 남에게 하라"고 외친 공리주의자 존 스튜어트 밀에서 아부의 철학적 배경을 찾는다. "필요한 상황에서 아부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엄청난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미국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의 말을 빌려 예찬론까지 편다. 사람들이 원만하게 지내려면 아부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아부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아부의 예술가'였던 카사노바는 "미모를 갖춘 이에겐 지성을 칭찬하고, 지성을 갖춘 이에겐 미모를 칭찬하라"라고 조언한다. '사랑하는 아들아, 이렇게 살아라'라는 책을 내고 자식에게 아부를 적극적으로 가르쳤다는 18세기 영국 정치인 체스터필드 경은 "남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찾아봐서 뛰어난 부분은 정당하게 평가하고, 약한 부분은 더욱 높게 평가해주라"고 충고했다. 가수 휘트니 휴스턴에겐 취미인 그림 솜씨가 좋다고 칭찬하고,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에겐 덩크슛을 칭찬하지 말고 '야구 실력도 뛰어나다'라고 슬쩍 치켜세우라는 뜻이다. 아부가 절대 아니라며 시치미를 뚝 떼는 것도 좋은 기술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은 식민지 시절 복무하던 영국군의 상관에게 "저는 사령관 각하의 인격을 대단히 높이 평가하고 존경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부할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그는 곧바로 진급했다.


Youre too kind : A Brief History of Flattery 리처드 스텐걸 지음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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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qlstn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