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2. 29. 23:06
낭패란 곤경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상태를 뜻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
낭(狼)과 패(狽)는 모두 상상 속 동물이다. 낭은 뒷다리 두 개가 없거나 아주 짧다. 패는 앞다리 두 개가 없거나 짧다. 생김새는 이리와 같다. 두 녀석이 걸으려면 패가 늘 낭의 등에 앞다리를 걸쳐야 한다. 떨어지면 그 즉시 둘 다 고꾸라진다. 어지간히 사이가 좋지 않고서는 넘어지기 일쑤다. 둘이 협조해야만 걸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인삼각(二人三脚)과 같다.
낭패가 문헌에 등장한 것은 소명태자가 엮은 '문선'에서다. 진(晋)나라 때 이밀은 임금이 중용하려 하자 "벼슬을 하면 연로한 할머니를 모실 수 없고 할머니를 모시자니 임금의 뜻을 거스르게 돼 진퇴가 정말로 낭패스럽다(臣之進退 實爲狼狽)"고 읊었다. 이 글을 읽고 임금은 이밀을 쓰려던 생각을 접었다고 한다.
낭과 패는 성정(性情)도 다르다. 낭은 흉포하고 지모가 부족한 반면 패는 순하고 꾀가 뛰어나다.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이 생기면 낭은 언제나 패의 도움을 받는다. 낭은 패의 지시에 따라 먹잇감을 포획한다. 낭이 기꺼이 패를 등에 태우고 다니는 이유다. 낭과 패는 잘 공생하다가도 뜻이 맞지 않으면 심각하게 틀어진다. 그럴 때면 낭과 패 모두 걸을 수도, 사냥할 수도 없게 된다. 꼼짝없이 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
낭패란 이렇듯 낭과 패가 틀어져 둘 다 곤경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상태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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