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17. 18:17
책(策)도 꾀, 모(謀)도 꾀를 뜻하지만 뒤에 사(士)가 붙은 책사(策士)와 모사(謀士)는 우두머리를 움직인 참모라는 점에서 같지만
책사는 도덕과 윤리를 바탕으로 상식과 명분에 입각해서 자신이 도모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줄 것인가, 행여 다수라는 이름으로 소수에게 정도 이상의 희생과 고통을 주는 것은 아닌가, 거대한 정세(政勢)의 흐름 속에서 자신이 낸 '꾀'의 방향은 옳은 것인가, 등을 고민해야 하기에 보다 넓게 그리고 깊게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 책사의 몫이다.
반면 모사는 이것들에 얽매이지 않고 우두머리가 속한 공통의 이해관계에 촛점을 맞추어 상대방과 자신들을 구분하여 자신들이 속한 그 '집단'에 혜택이 돌아가기 계책을 마련하며 그냥 우두머리에 이익이 되는 것에만 몰두한다.
그래서 모사에는 '사기꾼', '노름꾼'처럼 뒤에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뜻하는 '꾼'이라는 단어가 붙기도 한다.
부족한 우두머리는 같은 조건이라면 모사를 더 좋아하기에 외부에는 책사 보다는 모사가 잘나고 똑똑해 보일 때가 많다.
진시황의 천하통일에도 큰 공을 세운 인물 이사(李斯)를 두고 천하통일의 일등공신인지, 희대의 간웅인지 평가가 갈린다
여하튼 이사(李斯)의 지략은 윤리적이지 못했고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쓰였고 각종 토목사업을 벌여 백성을 도탄에 빠트렸고 분서갱유를 획책해 정적들을 하나씩 제거해나갔기에 이사를 두고 '모사꾼'이라고 한다.
모사의 최후는 비참한 경우가 많다. 이사는 진시황이 죽자 자신이 만든 법에 따라 고문을 받고 처형됐다.
반면 책사의 예로 제갈량과 비견되는 조조의 참모였던 가후(賈詡)를 든다. 그는 군주의 역린(驛鱗)을 건드리지 않았고 나설 자리를 가렸으며 논공행상에서 공을 다투지 않았고 동료들의 시기와 질투에서도 자유로웠다. 진수의 정사 '삼국지'에는 가후에 대해 “천하의 지혜를 논하려고 하는 자는 가후에게로 온다”고 했을 정도다.
그는 죽을 때까지 한 번도 군주의 의심을 받거나 토사구팽을 당하지 않고 천수를 누렸다. 그 흔한 중상모략도 단한번 당하지 않았다.
식견을 갖추고 큰일을 하는 책사가 모사를 이기지 못하고 모사도 야바위는 감당하지 못한다는 정치꾼들의 세계라지만
식견은 부족하면서 술수에는 능한 사람이, 주변을 힘들게 하면서 교활한 사람이 성공하는 사례가 많은 것은 슬픈 일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도 때를 묻혀야만 한다', '적당히 비겁해져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나 패배의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최근의 '선거'는 선수들만이 존재하는 게임이 아니라 관중들과 함께 하는 잔치된 기미가 보여 다행이다.
또 관중들이 무관심하거나 규칙을 잊어 버렸다면 불행이겠지만 이젠 우리의 관중들은 그 옛날의 모습이 아니다. 그래서 다행이다.
http://legacy.www.hani.co.kr/section-001900002/2002/04/001900002200204161900001.html 에서 많은 부분 배껴 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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