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정권교체의 공신들이 혈맹을 맺은 저 곳.
백성은 나몰라라 하고, 그들이 모시는 주군에게만 충성을 다짐하기 일쑤였던…
청와대 본관 터는 조선시대 때 공신들이 임금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충성서약의 장’ ‘공신회맹 터’
1770년(영조 46)에 제작된 지도(‘한양도성’)
회맹(會盟)은 중국 주나라 때 여러 제후가 한자리에 모여 특정한 약속을 지킬 것을 다짐했던 의식을 의미한다. 반독립국가를 형성하고 있던 각 제후국들에 회맹은 외교적 대결의 장이었다.
회맹을 주도한 나라의 제후는 그 권위를 널리 공인받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반대로 힘이 약한 제후국들에는 주변 강국들에게 시달리는 시련의 장이기도 했다.
후한이 멸망하기 직전 실력자 동탁에 반대하는 조조·원소 등 여러 인물이 모여 ‘동탁 토벌’을 결의한 사건도 소설 삼국지에서는 ‘18제후들의 회맹’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시대에 따라 의미에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중국에서 회맹은 동물의 피를 서로 나눠 마시며 약속을 지킬 것을 다짐하는 의식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피는 죽음을 상징하므로 죽음 앞에서도 변하지 않을 강한 약속을 나누는 것이 회맹인 것이다.
조선 왕조의 ‘회맹’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치렀다. 왕과 공신들은 제단 앞에서 4번의 절을 올렸다. 천지신명의 신주 앞에서 향불을 태웠다. 그런 뒤 ‘삽혈(삽血)동맹’을 펼쳤다. 제물의 피를 입에 바르는 의식이었다. 임금을 배신한다면 천지신명의 처벌을 감수하겠다는 것을 맹세했다. 서로를 ‘혈맹’이라 했다.
조선조 태종은 개국과정에서, 그리고 1·2차 왕자의 난에서 엄청난 피를 뿌렸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안개정국이 이어졌다. 최측근 공신이라도 언제 배신할지 몰랐다. 태종은 5차례나 공신회맹제를 열었다. 틈만 나면 부하들에게 충성서약을 받은 것이다. 이로써 극도의 공포심을 떨치려 했다.
1417년 4월의 회맹은 특별했다. “(공신의) 자손도 맹세를 바꾼다면 귀신이 책임을 물을 것이다. …반드시 후손에게도 미칠 것이다.”(<태종실록>)
공신과 그들의 적장자까지 죄다 모여 무릎을 꿇은 것이다
1604년 10월 28일
임진왜란 공신들의 회맹은 태평회맹이라고 불린다. 당시 회맹 의식의 모습을 담은 공식 기록화가 ‘태평회맹도’(太平會盟圖·다. 가로 104㎝·세로 220㎝의 비단 4폭 병풍 위에는 회맹에 참석한 공신들의 직함과 생년월일, 본관과 함께 회맹 의식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국왕 선조와 훗날 광해군이 된 왕세자와 호성공신인 완평부원군 이원익, 오성부원군 이항복, 선무공신 권응수·이운룡 등이 태평회맹에 참석한 이들의 면면이다.공신 회맹에는 새로 공신이 된 인물들 뿐만 아니라 조선 건국 이래 정식 공신으로 임명된 모든 이들이 참석하는 것이 관례였다. 공신으로 임명된 지 오랜 세월이 지나 당사자가 생존하지 않을 경우 공신의 장손이라도 대신 참석했다.
임란 공신들의 태평회맹도 마찬가지여서 조선 건국 이래 당시까지 열다섯 차례에 걸쳐 임명된 공신들이나 그 후손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들 구 공신 참석자들도 함께 충성을 맹세하는 기록을 별도로 남겼는데 이는 회맹록이라고 부른다. 태평회맹 참석자들의 364명의 회맹록도 현재까지 전해오고 있다.
http://lod.datahub.kr/page/id/kch/Treasure-No-668-3
1625년(인조 3) 4월의 회맹에는 공신의 적장자들까지 무려 391명이나 참석했다.
“우리 동맹인들은 배신하는 일 없이 억만년토록 유지하자.”(<인조실록> 등)
인조는 이날 “(광해군 때문에) 위태로워진 나라를 구하려 신하들과 손잡고 반정을 일으켰다”고 선언했다.
“바늘을 훔친 이는 주살되지만, 나라를 훔친 자는 제후가 된다. 제후의 문에 인의가 있다(竊鉤者誅 竊國者侯 侯之門仁義存).”(<사기> ‘유협전’)
http://kookbang.dema.mil.kr/kookbangWeb/m/view.do?ntt_writ_date=20060621&parent_no=1&bbs_id=BBSMSTR_000000000292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2012123315&code=990000&s_code=ao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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