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17. 20:22
어느 추운 날 성자가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때 나환자인 거지가 덜덜 떨면서 다가왔다.
그는 성자한테 말했다. 추워 죽겠습니다. 당신이 입은 외투를 제게 주십시오.
성자가 웃는 얼굴로 외투를 벗어 주니까 또 말했다. 양복도 벗어 주십시오. 양복도 벗어 주었다. 아직도 추워 못 견디겠습니다. 속옷도 벗어 주십시오. 속옷을 벗어 주고 성자는 마침내 알몸이 되었다.
거지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래도 추워 죽겠으니 당신의 몸으로 내 몸을 따듯하게 안아 주십시오.
성자가 싫은 기색 없이 안아 주니까, 더 세게 안아 달라고 요구했다. 그리하여 세게 끌어안았더니, 순간 나환자인 거지는 예수로 변해 있었다.
플로베르의 ‘나환자와 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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