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사회에서 사회적 합의가 불가능할 때는 불가피하게 다수결 원칙으로 갈 수밖에 없다. 서로 생각이 다를 때 어느 한쪽을 선택하게 만든 체제가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다수결로 이뤄진 결정이 옳았는지는 유권자가 다음 선거에서 판단해 투표에 반영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다수결 방식은 정치의 대중영합을 부추겨 사회를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갈 수도 있으므로 그 사회의 지성이 튼튼하게 뒷받침돼야 한다. 냉철하게 판단하고 객관적으로 사고하는 지식인 계층이 두꺼워야 완충작용으로 사회적 갈등이 줄어들고 민주주의가 발전한다.
한국 사회의 지식인 계층은 외형적으로 크게 확대됐다. ‘지식인’의 경계를 나누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특히 20, 30대는 대학 졸업자뿐 아니라 대학원까지 나온 사람이 많아 굳이 지식인 여부를 가리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됐다.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의문이다. 지식인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보여 주는 천박함과 가벼움은 거꾸로 지성의 위기를 걱정하게 만든다.
‘지식인’의 저자 스티브 풀러는 ‘지식인이라면 판단 능력과 다양한 관점을 지녀야 한다’며 ‘일단 자신의 주장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면 정중하게 인정하라’고 조언한다. 조선시대 선비의 덕목은 스스로 인격을 다스리는 수기치인(修己治人)과 함께 예의와 염치를 아는 일이었다. 진실과 객관적 사고의 중요성, 자신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강조한 것이다. 요즘 지식인의 모습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한국의 지식인들은 자신이 원하는 목적이나 이념에 눈이 가려 판단력과 수치심을 잃고 있다. 지식인의 실종은 우리 민주주의의 장래를 어둡게 한다. 그 많던 지식인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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