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18. 22:37
[여적]권력의 그물
김택근 논설위원

지금은 쓰지 않지만 옛날에는 육식자(肉食者)라는 말을 자주 입에 올렸다. 끼니마다 고기를 씹는 벼슬아치들이었으니 지금의 지도층이나 식자층이라 하겠다. 예나 지금이나 머리에 뭔가 들어있다는 먹물들은 맛있는 고기를 먹으면서도 온갖 까탈을 부렸다. 정작 고기를 바치는, 소나 돼지를 잡는 사람들의 애환은 살피지 않았다. 식자층이라는 부류는 대개 가슴으로 살지 않고 꾀로 살았다. 여기서는 이 말, 저기서는 저 말을 뱉었다. 남의 상처에는 무감각하지만 내 밥그릇에는 눈을 번들거렸다. 시공을 떠나왔다지만 지금도 이 땅에서는 똑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을 위한다고 거품을 물지만 뒤로는 저희끼리 잘살아보자고 눈을 껌벅거린다. 말을 바꾸며, 과거를 지우며 이리저리 몰려다니고 있다. 국민들은 그 이름을 도용당하고 있다.

권력에 기생하는 식자층은 대개 정교하게 음흉하고 뒤돌아 비겁하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그들은 자신이 추락할 위험이 있는 곳에는 학연, 지연, 혈연 같은 연고의 거미줄을 친다. 불안하다 싶으면 2중3중의 그물을 친다. 배웠다는 부류들의 집단 이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앞에서는 정의와 기회균등을 외치지만 돌아서면 내 사람을 챙긴다. 밥그릇이 깨질 것 같으면 끼리끼리 뭉친다. 뭉쳐서 얻은 돈과 명예와 권력을 나눠 갖는다. 그러한 작태가 들킬까봐 거품을 문다. 사실은 그러한 자신이 부끄러워 더 악을 쓰는지도 모른다. 낮에는 망국병을 타파해야 한다며 흥분하고 밤에는 ‘우리끼리 잘살자’며 비릿한 웃음을 흘린다.

식자층에게 지연, 학연, 혈연은 여전히 훌륭한 무기이다. 같은 무기를 지니고 끼리끼리 모여 고기를 씹다가 나중에는 정적들을 씹을 것이다. 개각을 앞두고 연일 추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인맥 만들어 권력 나눠먹기’가 한창인 모양이다. 특정 지역 세력들이 요직을 더 깊고 넓게 차지하려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국세청장이 대통령의 동서에게 충성주를 바쳤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추문에서 풍기는 악취에 국민들은 머리가 아프다.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드는 부나비들, 가면의 삶을 살아가는 어둠의 세력들, 어제의 나를 부정하는 영혼없는 부류들. 저들의 욕망은 태산보다 클 것이니, 그걸 채워주기에 5년 정권은 너무도 짧지 않은지. 벌써 1년이 지나갔다.

Posted by qlstn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