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11. 19:06

후흑학(厚黑學)


중국 사상가 리쭝우(1879~1944)의 고강도 철판을 얼굴에 뒤집어 쓴 인간을 해부하는 이야기다.


청조 말에 발간되었으니 약 백년의 역사를 가진 셈이다.


그는 말한다.

두터울 厚, 검을 黑 정확히 말해서 面厚心黑(얼굴이 두껍고, 마음이 시커먼)해야 승자가 될 수 있다고.


뻔뻔하고 음흉해지라는 요사한 잡학으로 들리나, 참뜻은 후흑 구국론에 담겨 있다.

후흑(厚黑)을 사리를 얻고자 쓰면 극히 비열하고 결국 실패하나, 공리를 위해 사용하면 지극히 높아지고 성공도 얻는다고 말한다. 사리를 꾀하면 타인의 사리를 방해하고 적이 많아져 실패할 수밖에 없고, 공리를 도모하면 수천만이 지원할 테니 성공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고 덧붙인다.


리쭝우는 후흑의 도를 3단계로 나눴다.

1단계는 ‘낯이 성벽처럼 두껍고, 속이 숯처럼 시커먼’ 수준이다.

얼굴의 피부가 성벽처럼 두꺼워 타인으로부터 어떠한 모욕을 당하더라도 수치로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며, 또 마음을 연탄처럼 검게 하여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는 양심의 가책 없이 타인을 기만하고 궁지에 떨어뜨린다


이들은 부정하게 벼슬을 구하는 방법 求官六字 , 관리가 되었을 때 자기 이익을 구하는 방법 官吏六字는 등 야비한 인간처세에만 관심을 쏟는다.

‘낯이 두꺼우면서 딱딱하고, 속이 검으면서도 맑은’ 2단계에 이르면, 어떤 공격에도 미동 않고 사람의 마음을 빼앗는다. 유비와 조조를 이 단계에 이른 영웅으로 든다.


3단계는 ‘낯이 두꺼워도 형체가 없고, 속이 검어도 색채가 없는’ 경지다. 이 경지는 옛 대성현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지도자 중에 더욱 뛰어난 재능과 노력으로 놀라운 업적을 만든 영웅(혹은 천재)도 도덕성이 성인처럼 뛰어난 것은 아니다.


공자의 「君子의 謀」로 풀이하면 면후심흑은 인간이 생존하는 지혜이니 그 바탕에는 그것을 옳게 사용해서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다하라는 뜻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그것이 인간적 약점인 면후심흑의 그림자를 가진 영웅, 천재와 변변치 않은 재능에 미미한 업적도 남기지 못하는 면후심흑만 가진 소인배(小人輩)를 구별할 수 있는 유일한 자(尺)이기 때문이다.


면후심흑의 얼굴을 가지지 못할 정도의 간 작고 소심한 인간이

보다 고강도 철판의 얼굴을 한 뻔뻔한 인간들을 주변에서 너무 쉽게, 너무 많이 볼 수 있다.

그런 인간들은「英雄好色」「天才放縱」이라고 하며 무분별한 음행을 당연시하든가, 영웅천재는 난폭한 카리스마가 있었다고 하며, 오만하게 남을 무시하는 자신의 비열한 행동을 합리화 시킨다. 못난 것들이 영웅천재의 나쁜 점만 먼저 배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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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qlstn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