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옳은가?
무엇이 두려운가?
나 혼자 옳다고 믿는 일보다 여러 사람이 옳다고 믿는 것이
세월이 지난 다음 보면 옳은 경우가 훨씬 많다.
소크라테스는 사팔뜨기를 무서워했다. 나폴레옹은 검은 고양이를 무서워했다. 줄리어스 시저는 꿈을 두려워했다. 헨리 8세는 자신이 앤 불린과 결혼하게 된 것을 사악한 마법에 걸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표트르 대제는 다리 건너는 것을 병적으로 무서워했다. 새뮤얼 존슨은 건물을 출입할 때 언제나 오른발을 먼저 들여놓았다.
특별한 사람의 특별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나 이처럼 불운에 대한 미신 때문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사다리 밑을 지나가거나 방안에서 우산을 펴거나 13일의 금요일에 비행기 타는 것을 꺼린다.
반면에 이런 사람들이 행운을 바라고 손가락을 십자 모양으로 만들거나 네잎 클로버를 찾는다.
고정관념일까, 미신일까, 아니면 심리현상일까.
'징크스((Jinx)'란 말이 있다.
사람의 힘이 전혀 미치지 못하는, 마치 마술과 같은 힘으로 일어나는 불길한 일이나 운명적인 일을 의미한다.
사전적으로는 ‘으레 그렇게 되리라고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일’까지를 포괄한다.
징크스가 심하면 심리학이나 인류학에서 말하는 ‘금기’(taboo)가 된다.
징크스가 개인적인 차원의 금기라면, 금기란 집단적인 차원의 징크스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미신이 생긴다. 이유는 없다. 남이 보면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만 그냥 그런 일을 하면 재수가 없다. 그래서 안 한다.
징크스는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나 결과를 대비하기 위한 자기암시의 일종이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은 객관적인 인과관계가 아닌 설명할 수 없는 주술적 원인에 기대려는 정당화 욕구, 쉽게 말해 ‘네탓 심리’이기도 하다.
징크스는 한번 확립되면 강박관념으로 강화되기 쉽고, 이를 깨면 심리적 불안에 빠져 쉽게 저항하기 힘들어진다. 징크스에 도전하기보다는 순응하려는 경향으로 흐르게 된다.
징크스는 우리의 일상 곳곳에 숨어 있다. 징크스의 그물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마치 물건에 붙은 상표처럼, 개인이나 집단에는 고유의 징크스가 따라붙기도 한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우연적인 상황을 극복하거나 대비하기 위해 자기암시나 최면을 거는 것도 징크스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징크스는 사람의 무의식 속에 은밀히 존재한다.
징크스는 모든 사물을 이분법으로 나누고 각각의 것에 대한 기피나 선택을 강요하는 형태를 띤다. 시 험을 보기 전 미역국에 대해서는 ‘기피’, 엿이나 찰떡에 대해서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 미묘한 기피와 선택의 유래를 찾기란 힘들 다. 불교나 기독교, 혹은 토테미즘 같은 원시신앙에서 비롯하기도 하고 단순한 상징에서 생기기도 한다.
Jinx는 20세기 초반 미국의 야구계에서 사용되기 시작해 널리 퍼진 단어라는 사실은 확실하지만
그 유래에 관해서는
첫번째 고대 그리스에서 마술에 사용하던 딱따구리의 일종인 개미핥기새(wryneck)를 지칭하는 그리스어 단어 junx에서 비롯됐다는 설
개미핥기새는 놀라거나 경계할 때 자신의 목을 오른쪽으로 비트는 이상한 습성이 있으며
또 암컷과 수컷이 짝짓기할 때는 서로 마주보고 고개를 흔들면서 부리 안쪽이 다 보이게끔 부리를 크게 벌리는 묘한 의식을 벌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새를 신비롭게 여겼으며 마법, 마술과 관련된 미신에 결부시켜 생각했다.
두 번째, William Lingard에 의해 쓰여져 1868년 첫 출간되었던 유명한 노래 'Captain Jinks of the Horse Marines(기병대장 징크스)'에서 훈련을 나간 기병대장 징크스가 나팔소리 때문에 병이 나고 또 그가 말에 오르는 데 모자가 발판에 떨어지는 등 불길한 일들이 계속 생긴다는 내용에서 비롯됐다는 설.
당시 이 노래는 대유행이 되어 'Mistress Jinks of Madison Square(메디슨 광장의 징크스 부인)'이라는, 스퀘어 댄스곡으로 널리 쓰이고 1870년 이후 수십 년간 미군 사이에 유행했던, 아류작도 탄생시킨다. 또 1901년 노래와 동일한 제목의 멜로드라마가 뉴욕의 한 극장에서 상영되고 1902년에는 마크 트웨인의 친구이자 소설가인 어네스트 크로스비가 'Captain Jinks, Hero(영웅, 징크스 대장)'이라는 미국과 스페인간의 전쟁을 다룬 반제국주의 소설을 발표하기도 한다.
이 두번째 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20세기 초의 스포츠 관련 문헌에서 Jinx를 jinks라고 표기한 사례가 많다는 점 또한 꼽힌다
'세상에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포 마케팅 (0) | 2009.11.14 |
---|---|
다모클레스의 칼(Sword of Damokles) (0) | 2009.11.13 |
아들, 딸 (0) | 2009.11.12 |
낯 두껍고 속 시커멈 (0) | 2009.11.11 |
이례적으로 1척만 남하했다 (0) | 2009.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