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7. 17:43

‘장씨의 세 번째 아들과 이씨의 네 번째 아들’이라는 장삼이사(張三李四)란 말은 그저 ‘평범한 사람’ ‘보통사람’ 이다.


우리 목숨을 주무르는 사람의 눈으로 장삼이사(張三李四)를 보면,


양심을 팔아먹은 아버지와 자존심을 거덜 낸 그 아들은 똑같은 죄인일 터이고≪이동하, 장난감 도시≫

상대방이 어지간한 사람일 경우라면 잡담 팔아먹을 말벗이거나, 아니면 무슨 괴로움과 근심에 싸여 고생길인 동지로 알며 다가앉으며≪이문구, 장한몽≫

흰자 많은 눈으로 연방 그 상대를 곁눈질하며


너부죽한 입, 그리고 언제나 굳은 침을 삼키듯이 불럭거리는 군턱을 디밀며.≪최명익, 장삼이사≫

내용도 잘 모르고 흡족한 모양으로, 소담한 군턱이 두툼한 가슴에 닿을 정도로 고개를 끄덕이다가≪한무숙, 감정이 있는 심연≫

값싸게 팔아먹은 시간을 아무래도 무관한 일들로 힘겹게 채워 왔을 뿐, 돌아보면 나는 언제나 나일 뿐이라 되내이는 ≪이동하, 도시의 늪≫

장삼이사(張三李四)들 그놈이 그놈이다.≪최인훈, 광장≫




장삼이사의 눈으로 보면


혼내 주려고 벼르던 참에 너 잘 만났다며.

무언가 서두르는 기색으로 보아 진작부터 하려고 벼르던 말을 드디어 쏟아 놓을 작정으로≪이문열, 변경≫

눈을 뒤룩거리며 발끈 성깔을 부리고≪문순태, 타오르는 강≫

내년 겨울엔 어떡하든 푹신한 햇솜이불을 꾸며 주겠다고 얼굴을 붉히며≪박완서, 오만과 몽상≫

차 그릇 뚜껑에 가득 따른 술잔을 무슨 쓴 약이나 벼르듯 하다가 그 번지레한 얼굴에 통 주름살을 그으며 마시고≪최명익, 장삼이사≫

걸어 다닐 곳도 없는 거리를 몇 번을 오르락내리락하는.≪한수산, 부초≫

자칭 영웅호걸이라는 분들도 별것들이 아니다. 평화로운 시대에 안온하게 태어났더라면 장삼이사로 조용하게 살다가 죽을 인간들이 괴상한 시대에 잘못 태어나….≪박태순, 어느 사학도의 젊은 시절≫



일찍이 논어에 “군자의 허물은 일식 월식과 같다. 허물이 있으면 모두 보게 되고, 허물을 고치면 사람들이 다 우러른다”며 고 지도자에게 신중한 언행을 당부하고 있다.

여기서 허물(過)은 허언(虛言), 식언(食言) 교언(巧言)으로 새겨도 될 성싶다.


그림은 고암 이응로 화백의 군상

'세상에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험한 이야기  (0) 2009.12.09
‘정치공세’란  (0) 2009.12.09
굴신(屈身)의 역사인 아부(Flattery)  (0) 2009.12.07
관객이 피곤하다.  (0) 2009.12.04
부모된 죄  (0) 2009.12.01
Posted by qlstn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