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2. 1. 15:34

요즘 애들은 어찌나 유식한지 모르는게 거의 없다.

어른도 마찬가지 이다. 우리 모두가 예전보다 이렇게 유식해지게 된 것은 상당한 부분이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덕이리라.

그런데

요즈음 많은 애들이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논리적으로 이를 되뇔 수 없으며, 실제로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까닭은 읽고 보고 말하기는 했지만 나의 내면에서 나의 방식대로 내면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내면에서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정보는 모두 쓰레기에 불과하다. 그런 의미로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쓰레기의 바다일 수 있다.

나의 힘과 무서운 무기가 되는 지식’ 역시 지식답지 않은 지식이다. 인간관계와 세상살이 안에서 내가 취득함으로써 누군가에게, 또는 어떤 조직이나 무엇인가에 나의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는 앎을 말한다. 누군가를 꿰뚫어보고 있어서 조종할 수 있고, 상대방의 비밀을 나만이 알고 있다고 은근히 즐기면서, 동시에 권모술수와 폭로라고 하는 무기로써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지식이다. 정치하신다는 분들에게서 가끔 듣게 되는 ‘내가 입을 열면 여럿 다친다’, 혹은 ‘깃털’이니 ‘몸통’이니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개인의 사생활부터 한 국가의 사악한 비리에 이르기까지 이런 무기를 취득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과 조직, 그리고 물량과 에너지가 이 순간에도 엄청나게 소모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또 다른 폭로, 더 크거나 더 정교한 지식 내지 조작에 의해서 결국 자신도 죽거나 다치는 상황을 초래하게 마련이다. 지식은 누군가를 조종, 조작, 지배하기 위한 힘이 아니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팔아먹기 위한 지식’도 있다. 지식산업이니 지식의 지배, 무한경쟁이라는 끔찍한 말 속에서 지식을 팔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단히 많다. 팔아먹기 위한 지식이라는 것이 되로 배워서 말로 팔아먹는 요령일 수도 있지만 이는 속된 표현으로 장사꾼의 상업적인 지식에 불과할 뿐 진정한 지식이 아니다. 부정적인 의미에서 다른 누군가에게 팔아먹게 되는 지식은 내가 시간과 공을 들여 수집하거나 훔친 여러 가지 자료로부터 어떤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분가 독립해서 자기 회사를 차린다며 일정부분의 몫을 들고 나가는 일, 혹은 한두 시간의 강의에 어지간한 사람의 한 달치 월급에 해당하는 거금을 챙기는 소위 명사의 명강의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형태로 상존한다. 학교나 학원이 그렇게 많고도 많지만 선생님이 없다는 탄식이 그래서 등장한다.

-진정 ‘나를 읽는’ 참된 책읽기를-

지식답지 않은 지식과 참된 지식, 그리고 지식과 지성의 문제는 또 다른 문제이다.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이다. 책을 읽더라도 마침내 내가 읽고 있는 그 책이 나를 읽도록 읽어야 한다는 옛사람들의 말씀은 참 두렵고도 무섭다.

〈김건중/신부〉

'그저 그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줌마렐라  (0) 2007.02.01
직업은 부름인가?  (0) 2007.02.01
욕망과 분노의 억제  (0) 2007.02.01
‘트라이벌리즘(Tribalism)’  (0) 2007.01.31
평균수명의 연장  (0) 2007.01.30
Posted by qlstn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