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8. 7. 18:59
안정된 경제력에 그럴듯한 직업에 공부 잘하는 자녀까지 둔 사람의 무기력과 우울은 이해할 수 없는 사치한 투정쯤으로 여겨진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재물이 넉넉하면 어지간한 다른 결핍들은 능히 견딜 수 있다고 믿으며
그 사람의 고통을 이야기 하면
많은 이들은 ‘그래도 그런 고통 한번 겪어보았으면 좋겠다’고 부러운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 성과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 인간의 행동을 비합리적이고 소모적인 의사결정인 것처럼 취급하는 사회적 인식이 정당하다고 믿는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존자와 관련된 한 연구에서,
수감자들은 목숨을 겨우 유지할 정도로 최소량의 식수만을 지급받았는데 어떤 이는 그걸 반만 먹고 반은 남겨서 자기 몸을 씻었다고 한다.
당시 상황에서 그들의 행동은 어리석고 비현실적인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식수로 쓰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물로 몸을 씻는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그런데 신기하게도 식수를 남겨서 자기 몸을 씻은 사람들의 생존율이 그러지 않은 사람에 비해 훨씬 높았다는 게 연구의 결과다.
우리 중 누군가는 생존에 필수적이라 여겨져온 양의 수분을 공급받는 것보다 인간으로서 자기 품위를 유지할 때 더 오래 살 수 있는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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