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치철학자 카를 슈미트(1888~1985)는
“정치적 다툼은 모든 다툼 가운데 가장 강렬한 것, 곧 최고의 다툼이다.”
“정치인은 병사보다 더 깊이 전투에 관여한다. 병사는 단지 예외적으로만 싸울 뿐인데, 정치인은 평생을 싸우기 때문이다.”
병사의 싸움은 상대의 목숨을 빼앗음으로써 끝나지만,
정치인의 싸움은 한방에 끝나지 않는다.
정치의 장은 칼을 거두고 말로써 싸우자고 합의한 공간이다.
정치가 노리는 것은 상대방의 상징적 죽음이다.
경쟁자를 무력화시켜 영원히 매장해 버릴 때에야 정치적 싸움은 끝난다.
정치에서 죽음이 상징적 죽음이라는 사실에 정치의 사악성이 똬리를 틀고 있다.
언제나 자신을 정의의 편으로 세우고 상대를 불의의 편으로 몰아붙여 상징적 목숨을 틀어쥐어야 한다. 정의를 독점하려는 싸움에 온갖 사술과 협잡과 기만이 동원된다.
슈미트는 정치가 사악한 이유를 인간의 타락한 본성에서 찾는다.
정치는 사악한 것이다.
그러나 정치가 사악한 것이라 해도 그 사악성이라는 독을 견뎌낼 때에만 정치인은 비로소 정치가라는 칭호를 얻을 수 있다.
위대한 정치는 그 독을 견딜 뿐만 아니라 독을 빨아들여 약으로 바꾸는 정신의 힘에서 태어난다.
카를 슈미트(Carl Schmitt, 1888년 6월 11일 ~ 1985년 4월 7일)는 독일의 법학자이자 정치학자이다.
슈미트는 나치 체제에서 유력한 지위를 누렸으며, 나치의 권력 강탈에 대해 사법적 외관(façade)을 제공해 준 인물이기도 하다.
슈미트는 명백하게 심지어 독재적 권력까지 가진 강력한 권력을 선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