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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웅(Saung)은 아시아 유일의 하프류 악기인데 우리 조상들은 이를 ‘공후(箜篌)’라고 불렀다. 공후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기원전 3000년경 최초로 도시 문명을 건설한 수메르인 들에게서 보인다. 이후 페르시아, 이집트, 인도, 중국 등지에서도 공후의 모습이 보이는데 이런 악기들이 언제 어떻게 연주됐는지 상형문자로 기록돼 있기도 하다. 이들은 악기를 어떻게 조율하고 연주하는지에 대한 방법까지 세세히 설명하고 있어 당시의 악기를 복원할 수 있을 정도이다.
미얀마의 사웅은 서기 800년경 쀼시대 부터 궁중에서 연주한 것이 최초의 모습이다. 이때의 사웅은 줄이 3개 밖에 없었지만 꽁바웅 시대부터 7개의 줄로 늘었다가 이후에는 13개, 현재는 16개까지 늘어났다. 줄은 한국의 가야금보다 가늘고 서양의 기타보다 조금 굵은데 그 음색이 매우 부드러우면서도 우아해 악기의 생김새와 참 잘 어울린다. 왕조시대에 사웅을 연주하는 사람은 특별 대접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것은 아름다운 모양새에 신비롭고도 영롱한 음색이 왕족들의 마음을 훔쳤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에는 국립국악원에 세 가지 종류의 공후가 소장돼 있다. 이들을 보면 활을 수직으로 세운 듯한 소공후(小箜篌), 직선으로 배열한 현판인 수공후(竪箜篌), 그리고 활을 좀 더 옆으로 기울인 와공후(臥箜篌)가 있는데 이중에서 미얀마의 사웅과 가장 닮은 것은 와공후이다. 그런가 하면 강원도 상원사의 범종에 새겨진 와공후를 타는 비천상에서부터, 청도 운문사의 동 삼층석납, 서 삼층석탑, 양양군 둥전리의 진전사지 3층 석탑 등 각 처에서 이를 볼 수 있는데 이들은 대개 건달바가 악기를 타는 모습으로 부조돼 있다. 건달바는 본래 천상에서 향기만을 음식으로 삼으며 음악을 연주하던 힌두신이었으나 불교로 전이돼 팔부신중 가운데 하나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내막을 볼 때 아시아의 하프류 즉 공후는 인도, 중앙아시아, 중국, 일본으로 연결되는 실크로드를 따라 그 유형적 맥락이 형성된다. 이들은 대개 C자형 공후인데 주로 7, 8세기경 아시아 전역에 나타난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이들 악기는 오래된 벽화나 문헌과 석탑의 부조 속에만 남아 있어 전설속의 악기로 존재한다. 현재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연주되고 있는 C자형 악기는 미얀마의 사웅뿐이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3&aid=0004258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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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아빨리 해변에서 조지 오웰을 만나다
혼자 하는 여행은 엘링 카게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나의 행동으로 다른 사람의 감정이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하는 일상생활에서와는 달리 여행 중에 행하는 나의 모든 행동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게만 영향을 미치고 여행을 통해서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이다. 혼자서 여행한다는 것은 '정해지지 않는 막연한 시간 동안 외톨이가 된다는 것'이며 '은밀히 숨어서 가끔 빈둥거릴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인적이 드문 외딴 낯선 곳에서 완전히 익명으로 홀로 빈둥거릴 수 있는 곳이라면, 혼자하는 여행은 외로움 대신 자신의 내면을 되돌아보게 하는 충만함과 자아존재감을 주리라.
응아빨리는 여행자들이 '멍 때리기' 좋은 곳이다. 미얀마의 휴양도시로 그나마 이름이 알려진 곳은 서부 해변에 있는 차웅따, 응웨싸웅, 응아빨리다. 차웅따와 응웨싸웅은 양곤에서 버스로 6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다. 하지만 응아빨리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양곤은 물론 어디에서든 낡디 낡은 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 타고 전혀 포장되지 않은 산길을 따라 하루 이상 가야 간신히 닿을 수 있다. 그것도 건기 때 운이 좋아야 가능한 응아빨리.
응아빨리는 영국 식민지 시절 유럽인들에게 알려진 해변 휴양지로 '미얀마의 나폴리', 일명 '나빨리'로 더 많이 알려진 곳이다. 나빨리 해변에 모이는 여행자들은 대부분 서양에서 온 노부부이며, 아시아에서 온 젊은 연인들이 아주 드물게 눈에 띄곤 한다. 미얀마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서 여행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은 거의 없고, 기껏해야 보트를 타고 해변을 둘러 보는 게 다다. 대부분은 야자수 그늘 아래서 일광욕을 하며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다가 바닷물에 몸을 담그는 일을 반복한다. 아니면 해변 방갈로에서 넓고 깊고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떼가 그리는 자연의 그림을 물끄러미 쳐다보거나, 낯선 이웃들과 차나 맥주를 나누면서 자유롭게 담소를 나누곤 한다.
고요와 침묵 속에서 뒹구는 삶에 익숙하지 않는 도시 여행자들은 픽업트럭을 타고 이웃 리따마을이나 론따마을로 가거나 외국 관광객을 위한 해변미술제와 언제나 열려 있는 나빨리 아트 갤러리, 떼인 린따 아트 갤러리로 가기도 한다.
리따마을은 조그만 어촌이다. 여행자들은 리따마을에서 갓 항구로 돌아 온 어부들이 어깨에 걸친 수건 위로 눈깔바구니를 짊어진 채 바퀴 두 개 달린 손수레로 물고기를 옮기는 모습을 본다. 찌그러지고 이지러진 드럼통에 물고기를 소금과 함께 꽉꽉 채워 담는 아낙네들이나 널평상이나 살평상에 물고기를 요리조리 늘어놓고는 떨어진 물고기를 채 가려는 개들에게 주먹질이나 발길질을 하면서 탐탐히 실웃음을 흘리는 아낙네들도 마주친다.
론따마을은 어촌에 있는 작은 재래식 시장이다. 론따마을에서 여행자들은 갖가지 생선들을 좌판에 늘어놓고 한 손으로는 파리를 쫓고 또 한 손으로는 부채질을 하면서 손님들에게 싱싱한 생선을 싼 값으로 파니 사 가라고 외치는 듯한 눈길를 보내는 장사꾼들을 만난다. 파리들이 새카맣게 모여 있는 젓갈통 비닐을 그대로 둔 채 옆집 아주머니와 함께 한국 드라마에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뭔가 이야기를 나누면서 까무러지는 아낙네들을 본다. 육고기 꼬치와 생선 꼬치를 화롯불 위 낡은 냄비에 함께 넣어 놓고 오지직오지직 하는 끓는 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깜빡 잠을 자는 아낙네들을 마주친다.
그러다가 숙소에 비치된 잡다한 것들 중에서 명치 끝을 때리는 책을 만나기도 한다. 조지 오웰의 '버마의 나날들'들도 그런 책이리라. 펭귄 문고판으로 '조지 오웰, 버마의 나날들'이라는 표제와 함께 앞 표지에는 버마 여인이 정장을 하고서 의자에 걸터앉아 있는 사진이 실려있다. 뒷 표지에는 잡지 '호라이즌'의 발간 편집자이자 조지 오웰의 에세이 대부분을 출간해 준 문학비평가이자 조지 오웰의 친구 시릴 코널리가 쓴 '나는 적확한 분노, 지리적 묘사, 탁월한 서술, 신랄한 비평으로 조정된 흥분과 아이러니를 즐기라고 누구에게나 추천했다'라는 내용의 추천사가 담겨 있다. 친구끼리 서로에게 찬사를 보낸 '주례사 비평'의 '위대한 발견'은 책을 빈둥거리면서 읽도록 허락하는 것 같다. 대략 '동물농장'이나 '1984'와 같은 종류이지만 그것들보다도 못한 소설일 것이리라는 선입견으로 '버마의 나날들'은 빈둥거리면서 읽기에 좋을 것이다.
그러나 '버마의 나날들'을 빈둥거리면서 읽다가 주인공 플로리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타락해 보라. 그 모든 것은 유토피아의 도래를 지연시킨다'라고 부르짖는 절규에서 더 이상 빈둥거릴 수 없게 된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했는데 응아빨리 해변에서 만난 조지 오웰의 '버마의 나날들'에서 길은 어디에 있는가? 카일라일은 책 속에 과거의 영혼이 잠잔다고 했는데, 조지 오웰의 영혼이 이미 그 길을 알려줄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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