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학교 아이들은 학습과외를 안 하는 것일까. 아이들은 무엇이든지 흠뻑 빨아들인다. 그럼 아이들 마음밭에 어떤 씨앗을 심어 주어야 할까. 학교 공부를 마치고 또 다른 곳에서 억지로 공부를 하며 다른 아이를 이기는 마음을 키워야 할까. 아니면 아이들과 놀면서 서로 아껴주는 마음을 배우고 엄마 아빠랑 지내며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자리를 가져야 할까.
내 아이를 사랑하듯이 이웃 아이들을 아끼고 섬기는 마음을 배워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지금 바로 모든 사교육을 없애야 한다. 아이들은 놀면서 배운다
지금 아이들을 보라. 학교 공부가 끝나고 이곳저곳 다른 배움터를 다니다가 밤 9시 넘어 들어오고 밤 12시가 넘어야 잠자리에 든다. 그렇게 많이 배운 아이들이 세상을 맑고 밝게 하는가. 그렇게 공부를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그만인가. 그 다음에는 또 좋은 직장을 찾으러 공부해야 하고 일자리를 얻으면 거기서 쫓겨나지 않으려고 또 이를 악물고 살아야 한다. 그런 삶이 행복할까. 왜 끝없이 행복을 뒤로 미루며 힘든 삶을 살아야 하나.
설사 돈 많이 벌고 이름나고 힘 있는 자리에 올라서야 행복하다고 해도, 그런 삶을 사는 동안 그가 느끼는 행복으로 다른 사람들이 아프고 죽음을 맞는다면 그것이 진정한 행복일까.나도 지난날에는 어른들이 말하는 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선생님이 말하는 대로 대학에 가고 돈 잘 버는 일터에 다니는 것이 세상을 맑고 밝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내가 이렇게 누리는 삶으로 가난한 아이들이 아파하고 죽어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얼마 전 신문을 보니 깨끗한 물을 못 먹어 설사나 전염병으로 죽는 아이들이 지구에서 한 해에 18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하루에 5만명 가까운 아이들이 더러운 빗물이나 버려진 물을 먹고 죽어간다. 이 일이 나랑 아무런 관계가 없을까. 이것을 어떻게 막아야 하나. 어떻게 살아야 가난한 아이들을 살릴 수 있나. 아이들이 스스로 살아있음을 기쁘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이 저 혼자만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살맛 나는 마을을 만들어야 한다. 내 아이를 사랑하듯이 이웃 아이들을 아끼고 섬기는 마음을 배워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지금 바로 모든 사교육을 없애야 한다. 끝없이 서로를 죽이는 공부 지옥을 없애야 한다. 아이들은 놀면서 배운다. 아이들은 학교 공부를 마치면 집에 가방을 던져 놓고 길에서 뛰어놀고 친구 집에서 뒹굴며 놀고 엄마 아빠랑 눈을 맞추며 살아가는 즐거움을 누린다.
사교육 홍수 속에서 아이는 영어·수학 공부는 처질지 모른다. 하지만 그만큼 세상을 맑고 밝게 하는 힘은 자란다. 그런 삶은 큰 기쁨이고 용기다. 이런 즐거움이 퍼져 내가 살고 있는 마을 곳곳에 스며들어 가난하고 외로운 아이들을 보듬는 슬기로 자랐으면 좋겠다.
은종복
사교육을 없애자는 주장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현실 교육의 여건이 그렇게 쉽게 사교육을 폐기해도 좋을 만큼 탄탄하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현행 교육제도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나의 소견이다.
글쓴이처럼 모든 학원을 끊고 대안학교에서 열심히 자연과 뛰어놀도록 아이들을 배려한 점은 정말로 본받을 만하다. 하지만 대안학교에 갈 수 있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 상당수 대안학교는 부모의 자본력이 탄탄해야 선택할 수 있어 오히려 가난한 아이들이 들어가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사교육을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교육을 통해서도 우리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을지 좋은 대안을 찾아서 이롭게 활용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고 지혜로운 처사일 것이다.
솔직히 말해보자. 글쓴이처럼 그렇게 아이들을 놀리면서 교육하고자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러자면 나름대로 교육철학이 뚜렷해야 하며 수시로 변하는 교육정책에도 초연해야 할 것이다. 그런 뜻에서 볼 때 무조건 사교육을 없애야 한다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발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교육을 무조건 비난할 것이 아니라 사교육의 순기능을 찾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방안이 아닐까? 당장, 공교육이 한 달에 두 번 쉬는 토요일을 사교육이 대신 메우고 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만약에 공교육이 발빠르게 현실의 변화에 대응을 했더라면 오늘날처럼 이렇게 거대한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사교육을 없애자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지금으로선 없어질 것 같지도 않다.
내가 사교육을 통하여 밥벌이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사교육을 옹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글쓴이의 말처럼 살맛 나는 마을을 만들고, 신명나는 세상을 만든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마치 사교육 때문에 아이들이 불행하고 사교육 때문에 사회가 이렇게 혼란스럽게 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더구나 미래 사회는 ‘지식경쟁 시대’가 되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만한 사실이다. 자원도 부족하고 지리적 공간마저 부족한 우리 자녀들에게 그나마 희망이 있다면 아직도 공부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강대국과 겨루어서 이길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두뇌이다. 그래서 공부가 중요한 것 아닌가? 글쓴이는 마치 공부란 개인의 성공과 명예만을 추구하기 위해서 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이는 지나친 감정의 산물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다. 출세하고 명예를 얻는 것이 무엇이 나쁜가. 다만 그런 지위를 악용하여 개인의 영달을 꿈꾸는 것이 나쁜 것 아니겠는가?
어떤 제도이든 장단점은 있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사교육을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교육을 통해서도 우리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을지 좋은 대안을 찾아서 이롭게 활용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고 지혜로운 처사일 것이다. 교육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을 새기면서, 모두가 지혜를 모아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홍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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