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2. 16. 23:08
제주도의 '차사 본풀이'라는 서사무가(敍事巫歌)에 까마귀가 염라대왕의 심부름꾼으로 나온다. 수명이 적힌 적패지(赤牌旨)를 인간들에게 전하는 일을 한다. 하루는 말을 잡는 광경을 본 까마귀가 고기를 얻어먹을 욕심에 돌담 위에 앉았다. 백정이 말발굽을 던지자 깜짝 놀라 날개 밑에 꽂아둔 적패지를 잃어버렸다. 마을에 도착한 까마귀는 제멋대로 수명을 불렀다. 어른과 아이의 죽는 순서가 뒤집히고, 뒤죽박죽이 됐다. 그래서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까마귀 고기를 먹었느냐'고 묻게 됐다고 한다.
차사 본풀이와 비슷한 설화는 전국에서 발견된다. 함경도의 '짐가제굿', 충북 보은의 '영동이 유래담', 전북의 '흥덕현감 설화'…. 그러니 '까마귀 고기'라는 말이 전국에서 쓰였을 법하다.
까마귀는 오랫동안 우리 조상과 친구로 살아왔다. 그래서 까마귀 고기를 먹지 않아도 잘 잊어버리는지 모르겠다. 괴로운 일을 잊지 않고 곱씹는 건 고통스럽다.
그렇다고 너무 쉽게 잊어버리면 같은 잘못을 반복하게 된다. 정치판이 대표적이다. 쉽게 달아올랐다가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니 정치꾼의 장난에 휘둘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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