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9 이후 50년 동안 서울대가 한 일이라곤 반역사적이고 비도덕적인 엉터리 권력에 빌붙어 곡학아세를 하거나 외국 이론을 들여와 '짝퉁 장사'를 한 것밖에 없다."
김지하 씨가 서울대 세미나에서 한 발언(한국일보 10월 10일자)이다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0810/h2008101003005722020.htm).
철학자 박종홍(朴鍾鴻ㆍ1903~1976) 선생이 젊었을 적인 1933년에 이미 그런 말을 하였다. 그 뒤 75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달라졌을까? 아무것도 없다. 굳이 있다고 한다면 그런 말은 하는 사람들이 좀 늘었다는 정도일 뿐이다.
"이런저런 문제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아도, "이렇게 해 보겠다"고 선언하는 사람은 드물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더더욱 ......
왜 그럴까?
권력과 명성과 지위에 도움 되지 않는 일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 것을 옮기지 않으면, 다시 말해 짝퉁 장사를 하지 않으면 그것이 장악하고 있는 지식 권력에서 알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학문의 식민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이처럼 학자들이 비겁해서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무능해서 그렇기도 하다. 남의 것을 베끼거나 옮기지 않고 자기 것을 만드는 일은 원래 어려운 법이다.
또 다른 까닭은 능력에 비해 턱없이 눈만 높아졌기 때문이다. 세련되고 치밀한 미국 이론들을 보니 이에 필적할 만한 자기 이론을 만들 엄두가 나지 않는다.
우리 것을 만들자고 하는 말을 지금 있는 것과 완전히 동떨어진 무슨 대단한 이론을 만들자는 말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외국 학문을 벗어날 수 없다면 그 속에서나마 우리 것을 가미해 볼 수도 있다. 그렇게 자꾸 하다 보면 어느새 자기 것이 조금씩 나올 수 있다.
우리 이론을 만들어내는 일이 어렵다면 외국의 이론이라도 한국적 현실에 제대로 적용하고 활용하는 일이 차선책은 되지 않을까 싶다.
학문 식민지에서 벗어나는 일이 필요한 일이고 가치있는 일이라면 지금이라도 좀더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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