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29. 00:02

권력자는 "자발적 복종'이 꿈이다.

언론을 통제하고 싶은 욕망의 출발점이다.

신이 아닌 대상에 인간이 스스로 예속을 의미하는 '자발적 복종'이란 말은 플라톤의 '향연'에 처음 등장한다. 하지만 그것을 주제로 한 첫 논문은 16세기 프랑스 사상가 에티엔 드 라 보에티가 18세의 어린 나이에 쓴 '자발적 복종(Discours de la Servitude Volontaire)'이다.



라 보에티는 이렇게 묻습니다.

“ 과연 어째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 그렇게 많은 마을과 도시, 그렇게 많은 국가와 민족이 한 사람의 지배 체제 속에서 노예와 굴종의 상태를 전혀 죄악시하지 않고, 독재자에게 조금도 저항하지 않으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경우를 무엇이라고 명명해야 할 것인가? 이 경우 비겁함이라는 단어는 결코 적당하지 않다.”

그리고 스스로 답합니다.

"어쩌다 겁 많고 비루한 통치자가 독재자로 변신하는 것은, 전쟁과 재난이 인민을 위협할 때마다 인민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유보하고, 자발적으로 억압을 자청하기 때문이다. "

예를 들어 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우리는 ‘국가안보’를 위해 우리들의 자유를 반납했으며, 요즘엔 좀더 나은 직장과 임금을 위해서라면 어떤 자유라도 희생할 기세인것 처럼.

의문을 제기합니다.

첫째, 왜 인민은 스스로 자유를 버리고 복종과 노예의 처지를 선택하는가?

둘째, 무엇이 자유롭게 살려고 태어난 존재로서의 인간을 타락하게 만들었는가?

도대체 무엇이 인간들로 하여금 원래의 존재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리게 했으며, 원래의 고유한 존재를 되찾으려는 내적 욕구마저 깡그리 파괴해버렸는가?

그리고 또 답한다.

첫째, 자유를 맛보지 못한 사람은 자유를 모르고, 자유에 대한 열망이 없다면 못함은 당연하다.

둘째, 사람들의 내면에 자유에 대한 열망보다 노예화를 갈구하는 열망이 가득차 있는 경우도 있다.

셋째, 자유를 포기하고, 순응하는 노예화 습관과 교육이 원인이기도 하다.

넷째, 도박, 스포츠, 빵과 포도주 제공, 등 우민화 정책도 원인 중 하나다.

요즈음의 독재는 폭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민으로부터 ‘자발적 복종’을 유인해내고 지속하기 위한 술수를 쓴다.


조작된 경력과 신분 세탁으로 군주를 신비화하기, 인민에게 아양을 떨면서 달콤한 말로 거짓된 희망을 불러일으키기, 저항의지를 거세하기 위한 위락시설과 오락산업의 구축 등은 동서고금의 독재자들이 애용했던 기본 술수다.


독재자들은 “폭력”보다는 은밀한 “유혹”을 구사했으며, 최종적으로는 “인민들로 하여금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게 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여기고 “생각하는 일조차도 모조리 금지”했다. ‘자발적 복종’은 그런 교육 아닌 교육과 노예상태를 자연히 받아들인 습관의 산물이다.



이런 원인에 대해, 폭군이나 독재자로부터의 노예적 예속상태를 끊고, 자유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간단히 제시합니다.

첫째, 자유에 대한 적극적 열망을 갖는 것이 시작입니다. 수동적인 내면의 개인적 소망이 아닌 '적극적 열망'이 중요합니다.

둘째, 독재자(폭군)을 지지하지 않는 것

셋째, 교육을 통해 자유의 싹을 잊지 않고 계발할 것




부와 관직, 또는 명예를 얻기 위해 폭군에 아부하고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는 것을 돕는 사람들에게 라 보에티가 묻습니다.

'무엇을 위한 삶인가?'

'행복한가?'

'자신을 버리고 무엇을 얻고 있는가?'


한용운의 시 '복종'의 일부분이다.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만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 복종하고 싶은 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러나 한용운이 말한 '복종'은 우매한 독재자를 향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자유'를 향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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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qlstn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