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1. 18:24

무신론자들은 말한다.

"이 세상이 요따위냐고? 우리를 창조한 신은 어디 있느냐고?"


어느 강연에서 청중이 브레히트에게 물었다. 신이 존재하는 것이냐고. 이에 대해 브레히트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내 대답을 듣기 전에 먼저 생각해보시오. 내 대답여하에 따라 당신의 생각이 달라지는가 아닌가. 만약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 질문은 불필요한 것이요. 그리고 내 대답 여하에 따라 당신의 생각이 달라진다면 이미 당신은 신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요.”

아인슈타인은 신의 존재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당신이 먼저 신의 개념을 설명한다면 답하겠다.”라고.


하이덱거는 ‘내팽개쳐진 존재’ das geworfene Dasein 라는 말로 인간존재를 표현하였다. 인간은 이 우주공간에 그 어떤 기준이나 근거도 없이 우연하게 내팽개쳐진 존재라는 것이다.


사르트르의 무신론적 세계관은 바로 여기서 출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말한다.

종이칼은 그 용도를 미리 염두에 두고 제작된 것이기 때문에 존재에 앞서 본질이 주어진다. 제작된 물건들은 모두 본질이 존재에 앞서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무엇에 쓰려고 만든 신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 본질은 백지 상태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존재가 본질에 앞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실존에서 필연적으로 타인과 더불어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 사는 대상이 사물이라면 문제는 간단하다.

인간이 멋대로 사물에 대해 의미를 부여해도 사물은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상이 인간인 경우에는 문제가 생긴다.

다시 말해 내가 타인을 사물처럼 멋대로 의미를 부여하면 상대방 역시 나를 의미화한다.


해결방법은 두 가지

힘을 가진 내가 상대를 사물처럼 내 입맛데로 이름 붙이고 대상화 시키고 즉자화 시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힘 가진 상대방에 굴복하여 나 자신을 상대의 입 맛데로 사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가능성은 모두 실패로 끝난다. 의식을 지닌 인간을 내 마음데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존재론적 여건은 타인의 지옥에서 투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드러나고 그에 대한 해결책 역시 인간 스스로 창조할 수 밖에 없다.


인간의 실존은 사물의 존재와 다르다.

라이프니츠처럼 미리 설정된 인간의 개념은 부정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인간은 왜 우리를 만들었느냐고 책임을 지울 대상이 없다. 인간 스스로 존재에 대해 책임을 지는 수 밖에 없다. 스스로 본질을 완성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인간에게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바로 자유이다. 우연히 내팽개쳐진 존재에 의미를 부여해 나가는 과정, 즉 본질을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자유는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르트르가 역사의 변혁기 마다 노선을 바꾸고 개인이건 집단이건 끊임없이 적으로 돌리고 투쟁했지만 인간의 자유를 위협하는 세력과 맞서 싸워왔다는 입장은 일관된 것이었다.


그는 처음에 부르주아지를 자유에 대한 위협세력으로 여기고 공산당과 유대하여 싸웠지만 헝가리 자유화운동 이후에는 공산당과도 결별했다. 좌우 어느 진영에 소속되지 않은 채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권력과 싸웠다는 일관성을 그의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그가 주관한 잡지 <현대>에서도 자유의 문제에 대한 그의 끝없는 열정은 이어진다.


<침묵의 공화국>에서는 극한상황에 처한 인간에게도 자유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즉 처절한 고문과정에서 동지들에 대해 침묵할 수 있는 자유, 전적인 고통 속에서 전적으로 책임을 걸머지는 것, 바로 이것이 자유의 실현이라는 것이다. 단편 <벽>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설정되고 있다. 지하 감방에 갇힌 주인공은 나찌 장교에게 불려나가 동지들의 아지트에 대해 발설할 것을 강요받는다. 주인공은 견디다 못해 엉뚱한 곳을 지목한다. 물론 인간존재의 우연성으로 인해 마침 그 시각에 주인공이 지목한 장소로 옮겨간 동지들은 체포되지만 그 고통의 극단상황에서 말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 이것이 중요한 것이다.


사르트르는 말한다. ‘어떤 극한상황에서도 자유는 있고 자유는 선택이며 선택은 전 인류에 대한 무한한 책임을 스스로 걸머지는 것‘이라고.


그러나 나는 신이 있음을 믿고 싶다.


자유를 주어도 거대한 힘에 맞설 용기가 없기에

한 조각의 적선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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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qlstn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