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lame duck)
한번 빠지기 시작하면 모래시계에서 모래 흘러내리듯 걷잡을 수 없이 힘이 빠지는 게 권력이다.
임기만료를 앞둔 공직자를 ‘절름발이 오리’에 비유한 말.
미국 남북전쟁 때부터 사용된 말로서, 재선에 실패한 현직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마치 뒤뚱거리며 걷는 오리처럼 정책집행(政策執行)에 일관성이 없다는 데서 생겨난 말이다. 또한 이 말은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당이 중간선거에서 다수의석을 확보하지 못하여 대통령의 정책이 의회에서 잘 관철되지 않는 경우를 가리킬 때 사용하기도 한다.
레임덕은 18세기 영국 증권 시장에서 미수금을 갚지 못하는 투자자를 일컬어 부르던 말이었습니다
황소 시장은 오르는 장, 불곰 시장은 빠지는 장을 의미하지요. 이와 더불어 절름발이 오리장 즉 레임덕 장은 장에서 탈락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증권 시장에서 괴로워하는 투자자와 비틀비틀걷는 오리가 연상이 되시나요?
이로서 현재 레임덕의 뜻, "예전에는 잘나가던 사람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것"을 지칭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레임덕(lame duck)을 피하는 비결은 한마디로 참모부터 정책까지 모든 것을 재검토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다.” 클린턴 이전 재선(再選) 대통령 18명의 성패 사례를 다룬 책 ‘시험과 성공’에서 앨프리드 자커가 내린 결론이다. 그는 18명 가운데 레임덕을 이겨내고 박수 받으며 퇴장한 대통령으로 워싱턴, 매디슨, 잭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아이젠하워, 레이건까지 6명을 꼽았다
레이건은 재선 직후 터진 이란-콘트라 스캔들로 지지율이 40%대로 떨어졌다. 이란에 불법으로 무기를 팔아 만든 돈을 니카라과 우익 반정부단체 ‘콘트라’에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자 레이건은 ‘데드 덕(dead duck)’이 됐다는 말까지 들었다. 레이건은 잘못을 시인하고 국정을 쇄신했다. 여야에 두루 명망이 높던 하워드 베이커 전 상원의원을 비서실장으로 들이고 야당인 민주당 의견을 정책에 반영했다. 퇴임 때 레이건은 취임 때보다 높은 63% 지지를 받았다.
르윈스키 스캔들로 탄핵 위기까지 몰렸던 클린턴도 60% 넘는 지지 속에 물러났다. 사회보장제도를 비롯한 난제들을 특유의 유연성으로 헤쳐나갔다. 임기를 한 달 남짓 남겨 놓고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수반과 바락 이스라엘 총리를 캠프데이비드 별장에 불러 줄다리기 협상을 벌였다. 클린턴은 막판까지 대통령 권한을 최대한, 자신 있게 행사했다.
새벽 3시 40분 침실로 돌아와 몸을 눕힌다. 5시 벨이 울리기 전까지 내 늙은 어깨는 잔뜩 긴장하고 마음은 천리밖을 헤맨다.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다른 대통령들은 어떻게 이겨냈는지 모르겠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1991년 걸프전을 치르느라 속을 끓였다. 일주일에 나흘씩 조깅하던 그가 기력과 자신감을 잃었다. 재선에 나선 이듬해도 경기는 바닥이었다. 지친 부시는 클린턴에게 참패했다.
▶1979년 임기를 1년 반 남긴 카터가 정치인, 각계 전문가, 시민운동가들을 캠프데이비드로 불러들였다. “나는 정부에 대한 통제력과 국민에 대한 지도력을 잃었다.” 그는 속죄하듯 8일 동안 토론회를 열어 의견을 듣고 대국민 담화와 내각 사퇴를 발표했다. 그래도 지식층과 언론은 냉담했다. 하루 18시간씩 일하던 카터도 탈진했다. 땀 범벅에 헐떡이며 조깅하는 사진이 보도되면서 카터 시절이 저물었다.
▶“대통령이 되는 것은 사형대로 가는 죄수의 기분과 다름없다”(조지 워싱턴). “솔직히 말해 내 대통령 시절은 고급 노예생활이었다”(앤드루 잭슨). 로버트 길버트는 ‘대통령의 숙명(Mortal Presidency)’에서 대통령들이 국가 최고경영자의 임무를 해내고 결단을 내리면서 얼마나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는지 썼다. 그는 “대통령직은 살인적인 자리(murderer)”라고 결론 지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 초기 건강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했다. “요즘 매일 거울을 보며 내게 얘기합니다. ‘당신은 아플 자유도 시간도 없다’고 말입니다.” IMF사태로 하루하루 국가 부도를 막아야 했던 대통령에겐 그 커다란 짐이 오히려 힘을 내게 했던 셈이다. 지도자의 피로는 몸보다 마음에서 오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