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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외래교수 : 방석찬
1. 담배의 도입시기와 일제시대의 담배상표
우리나라에는1590년 임진왜란 때 일본군에 의하여 담배가 처음 소개되었으며 그 이후 1602년경 광해군 초에 담배씨를 일본에서 도입 재배하기 시작함으로써 담배가 퍼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다 본격적인 담배사업은 1899년 12월 대한제국 정부가 궁내부 내장원에 삼정과(參政課)를 설치하고 나서부터다. 1905년 국내 최초의 궐련 담배인 「이글」이 생산됐으며 일제시대에는 「아사히(朝日)」과 「사쿠라」등 30여종이 발매되기도 했다.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BazB&articleno=17046550#
일제로부터 독립하여 독자적으로 우리 담배를 만들어 팔기 시작한 해방이후로 담배시장을 보면 60년 정도로 그리 긴 역사를 가진 것은 아니나 담배 이름에는 다양한 민족적 애환이 담겨져 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담배인삼공사(KT & G)는 해방이후 현재까지 100여 종이 넘는 담배를 생산했고 담배 이름은 여느 상품과 달리 역시 시대의 흐름에 맞물려 시대적 문화적 현상을 반영하며 시대 상황을 나타내 준다. 먼저 해방을 하고 곧 6. 25 전쟁이 있었고, 1960년 군사 혁명, 새마을운동, 월남전 파병 1988년 올림픽 대회 개최 ,1993년 엑스포, 지금 2002년 전후 시대로 크게 나눌 수가 있는데 담배이름이 이 시대적 사건과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자.
1) 해방 후 40년대 민족성성 고취
1945년 9월에 해방을 기념해 처음 생산된 담배는 승리(Victory)라는 담배이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기쁨을 담배 이름을 통해 표현하고 있으며, 다음 해인 1946년에 국민 가슴에 민족의 영산으로 여겨지는 백두산이 나왔다. 49년 선보인 최초의 군용담배인 화랑은 81년 말까지 32년간 지속된 국내 최장수 담배로 통일 신라를 이룬 화랑도의 정신을 대변해 준다. 6·25를 겪으며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화랑담배 연기 속에 사라진 전우야』라는 노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시 군인들은 이 담배를 가슴 아픈 주제가와 함께 조국 수호에 대한 국민적 염원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40년대에 나온 담배이름을 보면 백두산이나 무궁화처럼 민족적 정통성과 자긍심을 고취시키거나 민족적 아픔을 표현하고 있다.
2) 50년 전쟁 후 재건의 의지
50년대 6. 25 한국 전쟁이 이후 폐허가 된 조국을 되살리자는 의미에서 새로운 조국의 건설이 가장 부각되는 뜻으로 건설이란 담배 이름이 붙여졌다. 이 외에도 파랑새처럼 전쟁 이후 삶에 의욕을 잃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의욕을 불어넣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으로 57년에는 진달래나 사슴 등 평화와 조용함을 나타내는 이름들이 등장했다. 58년에 선보인 「아리랑」은 국내 최초의 필터담배이자 두 번 째 장수를 기록한 담배다. 아리랑은 우리나라 담배 명칭 사상 유일하게 다시 사용되어 88년까지 22년 동안 애연가들의 사랑을 받았다.
3) 60년 새마을 운동
61년 7월 5.16혁명 이후 군사 혁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발매된 담배에는 국가 재건의 의지를 표현한 재건이란 이름이 등장했으며, 8월에 박정희 대통령이 이름을 지은 파고다가 발매되기도 했다. 이제 60년대에 중반으로 들어가면서 새마을 운동의 전개와 조국 근대화의 박차를 가하며 가속화되기 시작한다.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세’나 ‘새 나라의 어린이’와 같은 노래처럼 국토 개발, 자주 국방, 빈곤 퇴치 등을 중점 사업으로 하여 담배에도 이런 시대정신이 나타난다. 65년에는 제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사업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화된 담배공장인 신탄진 연초제조창 준공된다. 이 기념으로 신탄진이 나왔고, 제2차 경제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66년에는 새마을, 새나라, 상록수, 희망, 샘, 그리고 69년에는 공급부족까지 나타나기도 한 귀한 담배인 “청자" 등 이 나왔다.
4) 70년 수출시장으로 눈을 돌리자.
70년대는 수출 주도 정책의 영향으로 제품의 다양화와 국내에 외국인 유치의 뜻을 가지고 담배가 생산되었는데 태양이란 담배는 관광객용으로 나온 제품이고 이 외도 여삼연(고려인삼담배)이나 진생은 수출용으로 만들어진 담배이다. 이 수출용 담배는 세계인의 건강식품으로 각광받는 고려인삼과 홍삼을 넣어 만들었지만 지금처럼 웰빙 바람이 70년대에는 별 인기가 없어서인지 외국인의 기호와는 달라서인지 결국 내수시장으로 돌리게 되었다. 이에 반해 양담배는 인기가 급상승했는데 전쟁 후 미군부대에서 처음 흘러나온 양담배는 사람들의 과시용으로 많이 피웠다. 이에 전매청( 단배인삼공사 구명칭) 직원들이 다방을 돌며 연기를 보고 감시를 하기도 했지만 양담배의 인기는 가라않지 않았고 70대 극단적인 방법으로 외산 담배를 퇴치하기 위해 신문에 공개를 하는 방법까지 나오기도 했다.
5) 80년 88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로의 도약
80년대 담배는 점차 세계화에 접근한 담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먼저 선진국에서 사용하던 팽화엽을 원료로 배합한 솔이 나와 인기를 끌었으며 , 88브랜드 패밀리 특히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자는 의미에서 88패밀리 제품인 88라이트/ 88골드/ 88멘솔 이 나오는데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영어로만 쓰인 "EIGHTY EIGHT 88" 담배가 나왔다. 세계화와 올림픽 유치 성공에 대한 국민적 자부심의 표현으로 보인다.
6) 90년 엑스포와 IMF
90년대는 담배 갑에 미아 찾기, 각종 기념일, 포스터 등 담배갑에 별도로 포스터를 넣어 1,800 만갑 이상을 발매했다. 특히 담배 시장이 개방되면서 외산 담배와 경쟁하기 위한 노력이 담배 이름에도 나타나고 있다. 이때 나온 담배로 초저타르, 초저니코틴 담배이자 엑스포를 기념하기 위한 엑스포 마일드 (1991년)를 비롯해 대부분 외산담배대응으로 나온 하나로(1992년), 글로리 (1993년), 휴대 및 사용이 편리한 콤팩트(1994년), THIS (1994년), 오마샤리프 (1995년), 심플(1996년), ESSE (1996년), 겟투(GET2)(1997), THIS PLUS (1998)이다. 90년대 나온 담배는 대부분 외래어 이름으로 세계화 추세에 맞춰 작명한 것들이다.
일부 우리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담배이름을 우리말로 짓자는 얘기도 있지만 90년 들어 세계시장이 점차 개방되고 브랜드라는 것은 단지 우리말을 사랑하자는 뜻에 편을 들어주기엔 시장경제의 위험이 너무 크다. 담배이름이 판매율과 높은 상관이 있기 때문에 특히 새 상품을 출고하기 전 담배만이 아니라 각 기업들은 특별히 네임리스트(상품명을 짓는 사람)를 고용해 물건이미지에 걸맞게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름을 얻고자 노력한다. 그러다 1997년엔 국제통화기금 체제 극복의 염원을 담은 시나브로가 선보였는데 시나브로는 공모전을 통해 얻은 이름으로 IMF의 위기를 ‘조금 씩 모르는 사이에’ 극복해 나가자는 의도로 선정되었으며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려는 국민적 희망의 반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7) 2002년 전후 담배의 고급화와 새로운 마케팅 방향
88올림픽과 93엑스포 때는 행사를 기념하기 위해 각각 88시리즈와 엑스포시리즈가 나왔었다. 그런데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소비자들의 금연월드컵운동이 확산됨에 따라 공개적으로 월드컵기념담배는 나오지 못했다. 대신 시즌이란 담배가 나왔는데 담배포장에 빨갛게 에스자를 강조했는데 이는 SOCCER 즉 축구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상품에 축구경기의 모습을 담은 담배를 출시해 인기를 모았다.
이제 담배는 기호품의 의미를 넘어 현대는 소비자들의 건강과 새롭게 부각하는 젊은층의 감각 요구조건에 맞춰야 한다. 게다가 1980년 후반부터 담배시장이 개방됨에 따라 외산 담배의 점유율의 증가는 국내시장에 대한 위협을 느끼게 될 정도였다. 이에 외산 담배의 성장을 방어할만한 국내 브랜드가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지 외산 담배를 견제해야 할 브랜드에 대한 필요성도 높아졌다. 이런 마케팅전략을 내세워 저 타르 쪽으로 방향을 잡고 깔끔하고 고급스런 디자인을 갖고 나온 담배가 레종, 시즌, 더 원으로 현재는 초슬림형 저타르 제품인 에쎄 라이트가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레종은 존재의 이유라는 의미로 남들의 평가보다 자신만의 인생을 강조하려는 소비자들의 삶의 방식을 대변하려 하였고, 특히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을 위한 깔끔한 담배라는 컨셉으로 진열이 아닌 냉장저장을 통한 판매했고 거기에 19+1이라는 소수의 담배 갑에 오직 한 개비(참조 그림 중간)에만 필터 부분에 독립적인 성향의 고양이를 넣기도 했다. 레종 만이 아니라 그 후에 나온 담배들 엮시 독특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제품들로 2003년에 나온 클라우드 나인, 제스트는 고가인 반면 은은한 카푸치노 향을 풍기며 포장도 기존의 담배갑 위를 개봉하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미는 슬라이드형 케이스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3. 출시된 담배이름의 의의와 앞으로의 담배이름
지금까지 굵직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담배이름을 알아봤다. 그 결과 담배이름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상황과 문화적 경향을 반영하는 이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40년대는 독립의 기쁨을 나타냈고, 50년 전쟁의 상흔을 씻고 60, 70년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우리 민족의 긍지를 강조했으며 80,90년 세계적 도약을 위한 올림픽과 엑스포를 치르고, 한 때 고비였던 IMF도 국민들의 단결로 잘 이겨냈다. 이런 시대적 정신이 담배이름에 묻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달라진 게 있다면 2000년 들어오면서 담배이름이 점차 다국적인 언어와 뜻을 가진 세계화시장에 들어선 것이다.
또 특정 목적을 가진 마케팅에 영향을 받아 소비자의 기호를 분석하여 가격과 디자인 , 독특한 아이디어를 포함해 먼저 호기심을 갖도록 만든 후 담배이름의 뜻을 찾아보도록 다시 한번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담배이름에 다국적인 언어를 쓰는 이유를 필자가 생각해 본 결과 새 담배가 나오면 이 담배가 양담배인지 국산담배인지 이름만으로는 알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물론 담배를 피워보더라도 양담배보다 오히려 맛과 품질에서 뛰어난 국산담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전의 양담배를 피우면 선망의 대상으로 봤던 것과 달리 이제는 우리 담배도 양담배와 비교해 볼 때 뛰어난 품질을 자랑하고 경쟁력을 가진다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인식시켜 국산담배를 더 애용하도록 하려는 게 아닐까?
시대
담배이름
1940
승리/장수연/백두산/공작/무궁화/백구/계명/샛별백합/화랑
1950
백양/풍년초/사슴/건설/진달래/아리랑/탑/파랑새
1960
나비/재건/파고다/새나라/상록수/희망/금잔디/금관
해바라기/전우/신탄진/스포츠/자유종/백조/새마을/수연/한강/타이거/청자/설악
1970
태양/파고다/남대문/환희/개나리/은하수/비둘기/학/명승/거북선/한산도/샘/수정/단오/하루방/연송/삼연/진생/협동
1980
솔 골든/ 솔 박하/ 88멘솔/88민트/88골드/마라도/백자/장미/도라지/한라산/라일락
1990
엑스포.골드/하나로.디럭스/글로리/콤팩트/마운트/시나브로/한마음/잎스/도라지/GET2/엑스포/디스
2000년 이후
디스플러스/타임/시마/리치/시즌/루멘/레종/더 원/제스트/에쎄라이트.멘솔/클라우드 9/디스진/시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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