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먼저 의사 면허 제도를 실시한 나라는 영국으로 1858년부터이다. 국가에 의한 의사 면허 제도가 실시되기 전에는 사실상 ‘누구든지’ 의사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의사 면허 제도가 한국에 처음 도입된 것은 대한제국 시기인 1900년이다.
1900년 1월2일 대한제국 내부(지금의 안전행정부)는 내부령 제27호로 ‘의사 규칙(醫士規則)’을 제정했다. 이 법령에는 의사, 한의사가 구분되어 있지 않으며 정부(내부)가 자격 있다고 인정한 사람에게 똑같이 ‘의사(醫士) 인허장’을 부여했다.
대한제국 시기 정부로부터 면허를 받은 의사는 얼마나 되었을까?
<조선총독부 통계요람>(1911년 11월 발행)에 의하면 일제강점 직전인 1909년 12월말 현재 등록된 한국인 의사 수는 2659명이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요즈음 식으로 말해 한의사였을 것이다.
그런데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면서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근대서양식 의사와 전통 의료인을 구분하고 차별하게 된 것이다. 조선총독부는 1913년 11월15일 ‘의사 규칙’, ‘의생 규칙’을 제정하고 1914년 1월1일부터 시행했다. 이로써 전통 의료인은 의사(醫師)가 아닌 의생(醫生)으로 격하되었다.
그 결과 조선인 면허 의사 수는 1911년 479명, 1912년 72명으로 급감했다. (전통)의사들은 나라와 면허를 함께 빼앗긴 것이다.
의생 규칙이 시행된 지 1년 뒤인 1914년 말 당국에 등록된 의생 수는 5827명이었는데 해방 직전인 1943년에는 3337명으로 30년 사이에 40% 이상 감소했다. 1914년 이후로는 새로운 의생 면허를 거의 발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방이 되고서도 여전히 의생으로 불리던 전통 의료인은 1951년 ‘국민의료법’이 제정되면서 40년 만에 (한)의사 호칭을 회복하게 되었다. 그리고 1951년 법 제정 당시 한의사(漢醫師)이던 호칭이 1986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한의사(韓醫師)로 바뀌었다.
최초의 근대서양식 한국인 의사는 국내가 아니라 외국에서 탄생했다. 두 사람을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서재필(徐載弼·1864~1951)은 1890년 조선인으로는 최초로 미국 시민권을 얻고 1892년 컬럼비안 의과대학(3년제)을 졸업하고 의사가 되었다.
1895년 말 조선으로 돌아온 그는 조선에 머문 2년 반 동안 중추원 고문으로 활동했으나 의사로 활동한 적은 없었다.
두번째 인물인 김익남(金益南·1870~1937)은
갑오개혁 정부의 학부(교육부)가 실시한 일본 유학시험에 합격후 도일해서 1899년 7월 도쿄 지케이(의원) 의학교(4년제)를 졸업했다.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으로는 최초로 근대식 정규 의학교육을 받고 의사가 된 것이다.
1년 동안 모교인 지케이의원에서 당직의사(인턴/레지던트 격)로 근무한 뒤 귀국해서 조선 정부가 갓 설립된 조선병원(朝鮮病院) 의학교의 교관이되었다. 교장 지석영이 의학교의 정신적 지주였다면, 김익남은 직접 교육을 맡은 의사 양성의 산파였다. 그리하여 1902년 7월4일, 한국 역사상 최초로 방한숙, 유병필, 김교준 등 근대식 의사 19명이, 이어서 1903년에는 13명이 배출되었다.
김익남은 일제의 중요한 이용 대상이었지만 일제에 포섭되거나 협력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반면에 1907년 6월 이토 히로부미 암살 기도가 실패하자 자결한 정재홍을 추모하는 등 일제의 눈에 벗어난 행동은 뚜렷했다. 따라서 김익남이, 일제가 한국 의료계를 장악하기 위해 1908년부터 부여하기 시작한 ‘의술개업인허장’을 받지 못했다.
http://m.khan.co.kr/view.html?category=1&med_id=khan&artid=201403212021105&code=210100
최초의 근대 의사 김익남, 그의 진짜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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