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 언덕을 오르지 못하고 호수에 다리를 놓다>
사가잉, 잉와, 밍군, 아마라뿌라로 가는 길은 원시 그 자체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이 도시들 입구에서 여행자들을 기다리는 것은 우마차다. 기원전 2천500여 년에 만들어진 우마차가 기원후 2천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운행된다는 것이 얼마나 값진 경험인가?
1781년 꽁바웅 왕조의 수도였지만 1819년 천도 이후 폐허가 된 잉와에서 여행자들은 우마차에 몸을 싣고 먼지투성이 시골길을 다니며 과거 화려했던 왕궁이 오두막 몇 채만 남은 모습을 본다. 우마차를 타고 밍군을 다니면서도 여행자들은 화려함의 끝이 폐허임을 다시 느낀다. 세계 최대 사원으로 지어졌다가 지진으로 파괴된 밍군 파고다, 보다퍼야 왕이 사별한 부인을 위해 지었으나 역시 지진으로 파괴된 싱뷰메 파고다….
화려한 왕궁의 아마라뿌라, 세계 최대의 파고다인 밍군 파고다, 사랑의 기념물 파고다 싱뷰메 파고다 등은 꽁바웅 왕조의 찬란한 문명으로 시작했으리라. 그 왕조는 영토의 팽창으로 미얀마 최대의 왕조였다. 그 속에 팽창/수축, 승전/패전, 건설/파괴, 빼앗음/빼앗김, 승리자/포로들, 지배/피지배 등이 숨어있다. 그 창건자는 건국 이후 '부처가 될 군주'라는 의미로 개명을 하면서 왕조의 불교부흥운동을 전개했다. 그 운동 속에도 여전히 정교일치, 신/신민, 절대자/노예, 절대 지배/절대 종속 등이 숨어있다.
꽁바웅 왕조의 찬란한 문명은 그 이면에 들어 있는 야만을 완전히 지우지 못한다. 그래서 불교는 꽁바웅 왕조의 찬란한 문명을 이어가고 신민들이 그 억압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필요불가결한 것인지 모른다. 마르쿠제가 '어쩌면 문명이란 환상이고 야만이 현실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문명이란 환상이 없이는 우리는 일상을 잠시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했듯이, 불교는 미얀마의 일상이 되어 버린다.
여행자들에게 불교는 확실히 미얀마의 일상 그 자체로 다가온다. 미얀마는 '불멸의 불교국가', 미얀마인들은 '불멸의 불교도'인 것과 같이, 아마라뿌라는 '불멸의 도시'라는 뜻이다. 아마라뿌라로 가는 길은 따웅떠만 호수로 가는 길이다. 떠웅떠만 호수는 에야워디 강 동쪽에 있으며, 주위로 파고다 10여 개가 있다. 호수 가운데 우 베인 다리는 타웅밍지 파고다와 쉰핀쉐구찌 파고다 사이에 있으며, 타웅밍지 파고다 가까이 마하간디융 사원이 있다.
따웅떠만 호수에서 여행자들은 그 지역주민들의 일상생활들-호수에서 물고기를 잡거나 잡으려고 그물을 치는 사람들, 호수에서 잡은 물고기들을 튀겨서 파는 사람들, 여행자들에게 삯을 받고 호수를 구경시켜주는 뱃사공들, 호수에서 물장구를 치면서 노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따웅떠만 호수를 가로 지르는 우 베인 다리는 언제나 여행자들로 가득찬다. 우 베인 다리는 200년 전 1천여 개의 티크로 만들어진 1.2㎞에 이르는 긴 다리이다. 다리에서 여행자들은 전부 일몰 사진을 찍는사진작가가 된다. 우 베인 다리의 일몰 사진은 아마라뿌라 인증샷의 가장 아름다운 증거가 된다.
우 베인 다리를 건너서 여행자들은 마하간디융 사원에 모인다. 미얀마에서 수행자가 가장 많은 마하간디융 사원은 아침 일찍부터 여행자들을 부른다. 여행자들은 오전 10시께 1천 여 명의 수행자가 공양을 하는 장관을 놓칠 수 없다. 그 장관 속에는 스님들의 공양을 다시 공양 받으러 온 가난한 사람들도 들어 앉아 있다.
공양은 재가신자의 보시로 이루어진다. 재가신자는 아침 탁발승에게 반드시 김이 무럭무럭 나는 갓 지은 밥, 타밍우바웅을 공양한다. 사원에서 공양을 할 경우 재가신자들은 불교 기념일이나 연중 행사 등으로 미리 사원에게 예약을 한 날 승려들에게 보시하거나 공양한다. 마하간디융 사원에서 공양은 적어도 몇 달 전에 예약을 하여 이루어진다. 사원에서 재가신자들은 공양을 하면서 스님들이 필요한 일상용품, 생활용품, 문구류, 책 등등을 보시하기도 한다. 공양은 노스님에서 시작하여 어린 스님에게 이른다. 어린 스님은 갓 득도식을 마친 수련승이다.
출가 득도식은 세속 사회의 출리식과 맞물려 있다. 미얀마 사람들은 20세가 되기 전 부모와 이웃으로부터 세속 사회를 떠나는 출리식과 이어서 득도식을 치른다. 당사자는 출리식에서 최대한 화려한 치장과 의상을 하고 마을을 돌면서 흥겨운 놀이판을 벌이지만, 득도식에서는 세속의 화려함을 버리고 승려로서 최소의 소지품을 가지고 삭발하여 수련의 길로 나아간다. 출리식과 득도식은 속과 성 사이를 건너는 통과의례이다. 속에서 성으로 건너는 것은 고난과 고통을 겪고 난 뒤 성숙에 이르는 길이다.
20세 이전 젊은이들에게 그 고통은 무엇일까? 밍뚜웅의 시 '북소리'에서 '사랑하는 그대여!/ 한 달만 나의 갈 길을 허락해 주오라는/ 야두의 애닯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오/ 상투머리 소년은 떨구고/ 소년이 탄 말조차 갈 바를 모르는데/ 그리움이여! 그리움이여!/ 애타는 마음, 시무룩한 얼굴로/ 말 위에서 소년이/ 곁눈질로 힐끗 내려다 보았을 때/ 연꽃과 같은 소녀는 고개를 숙인 채/ 얼떨결에 그만 꿍다웅마저 떨어뜨리고/ 열 번 이나 그대를 놓아 드리지요 라는/ 마지못한 체념 섞인 목소리만 허공을 치는데/ 핑그르르 맴돌다 걷잡을 수없이 흐르는/ 에메랄드 눈물이여!'(최재현 역)와 같은 사랑일까? 시 '우안거 계절'에서 '내 사랑 그 님이/ 마음이 아픈지 왠지 풀이 죽어 있네/ 동생이 잘 있었느냐고 물어보자/ 잘 있었다고 대답은 하지만/ 꼬잉이 되면 역시/ 몸과 마음이 고달픈가 봐// 별미를 준비해서/ 어제 아침 보냈건만/ 마을 한 복판에서 아이가 넘어지는 바람에/ 쨍그랑 깨진 보시 그릇들(최재현 역)'과 같은 환속에의 기다림일까?
불교는 미얀마 사람들에게는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 그 자체, 고통을 통하여 성숙에 이르는 과정이기도 하다. 불교는 출생과 죽음 사이, 고통과 성숙 사이, 속(俗)과 성(聖) 사이에 가로 놓여 있는 다리일까?
만달레이의 대표적인 수도원으로 미얀마 최대 규모의 탁발의식을 볼 수 있는 곳
http://youtu.be/OBmflCb3Ke4
U Bein bridge
http://youtu.be/P8olN4l9iY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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