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LL 건드리지 않고 NLL 문제 해결
NLL은 어려운 문제, 그러나 안 건드리고 왔다
그다음에 한 가지는, 가서 헌법 건드리지 말고 와라, NLL 문제 얘기지요. NLL 그거 건드리지 말고 와라, 그랬습니다. NLL 문제는 북쪽에서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북쪽의 말을 안 들어 주면 다른 일이 안 되게 되어 있죠? 그렇지 않습니까?
북쪽이 우리한테 요구한 게 뭐가 있습니까? 북쪽이 우리한테 요구한 것은 ‘성지 참배 하는 것 제한하지 마라. 성역에 대한 참배를 제한하지 말아라.’ 이게 구체적 요구이고요. 그다음에 ‘남북 간에 협력을 가로막고 있는 제도적 제약을, 법적 제약을 풀어라’ 국가보안법 풀라는 것이죠. 국가보안법, 저야 풀고 싶죠. 그러나 제 맘대로 되는 일이 아니죠. 국회가 안 된다고 했으니까 제 임기 동안에는 못 푸는 것입니다. 들어줄 게 한 개도 없습니다.
그다음에 NLL 문제, 우리 숨통 막혀 죽겠다, 그리고 그 NLL, 우리(북측)하고 합의해서 그은 것 아니잖냐, 북쪽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NLL 그을 때 우리하고 합의한 일 없고, 그다음에 영토선을, 남북 간에 영토를 따질 일은 아니지마는 국제적으로 공인되어 있는, 통용되고 있는 영토선 획정, 영해선 획정, 획정의 방법에 따라 계산하면 안 맞지 않냐, 그 두 가지 주장이거든요?
여러분, 합의 안 한 건 사실이거든요. 그리고 영해선 획정 방법에 안 맞는 것도 사실이거든요. 저는 법률가니까 많이 좀 궁하게 생겼죠? 그것 들고 나오면 참 많이 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법적으로 합시다.’ 하고 내 맘대로 자 대고 죽 긋고 내려오면, 제가 내려오기 전에 우리나라가 발칵 뒤집어질 것 아닙니까? 내려오지도 못합니다. 아마 판문점 어디에서 ‘좌파 친북 대통령 노무현은 돌아오지 말라, 북한에서 살아라.’ 이렇게 플래카드 붙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NLL도 못 들어줍니다.
헌법에는 북한 땅도 우리 영토…NLL, 헌법과는 관련 없어
근데 NLL 건드리지 말라는 말은, 말은 정확합니다. 할 수 있는 일이든 못 할 수 있는 일이든 간에 말은 정확한 얘기입니다. 저로서는 대단히 갑갑한 일이죠. 그러나 말은 정확한 얘기인데, 헌법 건드리지 말아라, 헌법에 위배하는 합의하지 말아라, 그건 아니거든요. 설사 NLL에 관해서 어떤 변경 합의를 한다 할지라도, 이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 하면 대한민국 헌법에는 북한 땅도 다 우리 영토로 되어있으니까요. 돼 있으니까 NLL이 위로 올라가든 아래로 내려오든 그건 우리 영토하곤 아무 관계가 없는 거니까 헌법하곤 관계가 없는 것입니다. 어떻든 NLL 안 건드리고 왔습니다.
■ 제일 큰 성과는 서해평화협력지대의 설치
제일 큰 성과가 뭐냐고 물으셨죠? 제일 큰 성과는 서해평화협력지대의 설치입니다. 그곳에서 계속 분쟁이 일어납니다. 왜냐 하면 합의 안 된 선이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덜컹 ‘NLL을 다시 그읍시다’ 하고 지금 할 수 있는 우리 형편이 아닙니다. 다시 긋는다고 우리나라에 뭐 큰일이 나고 당장 안보가 위태로워지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국민들이 북쪽에 대한 정서가 아직 양보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정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통일정책, 평화번영정책은 국민과 함께 한다고 약속을 했는데, 저 혼자만 가서 덜렁 합의를 해버리면 되겠습니까?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합의 못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냥 뒀을 경우, 언제 또 거기서 한판 붙어서 우리 군인들이 교전해서 북쪽이 죽거나 남쪽이 죽거나 또 그런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그렇게 장담할 수 없습니다. NLL 문제에 대해서 제가 “그것이 무슨 영토선이냐?”라고 얘기를 했더니 ‘목숨 걸고 지킨 우리의 영토선인데, 방위선인데, 또는 영토선인데’ 그렇게 얘기를 합니다. 목숨 걸고 지켰지요. 그 말 일리가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목숨을 잃었으니까, 목숨 걸고 지킨 선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그 선 때문에 아까운 목숨을 잃은 것 아닙니까? 그 선이 합의가 되어있는 선이라면 목숨을 잃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어떻든 거기에는 새로운 질서를 형성해야 됩니다. 다시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질서를 형성해야 하는데, 국민들한테 ‘여기에 다시 충돌이 없는 어떤 조치가 필요하겠지요?’ 하면 박수 칠 것이고, ‘NLL은 절대로 물리면 안 되겠지요?’ 이러면 또 박수를 칠 것입니다. 국민들이 두 군데 다 박수를 치니까 결국 우리는 아무 것도 못하는 것이죠. 절대로 손대면 안 되니까 못하는 거지요. 그거 여러분 풀 재주 있습니까? 여러분 같으면 어떻게 풀겠습니까? 평통자문위원이시니까 자문을 해 주시죠.
군사적인 문제 묻어놓고, 경제적인 문제로 새로운 질서 만들어
거기서 충돌은 다시 없도록 해야 되겠고, NLL은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되고, 이 두 가지의 조건을 충족하는 어떤 해법이 뭐지요? 자문을 해 주셔야지요. (일부 참석자 “통일”) 그렇습니다. 통일은 나중에 하면 되는 일이고, 당장 어디서 시작할 거냐.
그래서 그 위에다가 우리가 군사적인 문제는 좀 묻어놓고, 경제적인 문제를 가지고 새로운 질서를 한번 형성하자 해서 만들어진 것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입니다. NLL 가지고 자꾸 감정싸움 하지 말고, 해주 개발하고 개성공단, 인천 이렇게 엮어서 3각의, 말하자면 세계경제를 향한 3각의 남북협력특별지대를 만들어서 여기에 세계의 기업도 유치하고, 우리 경제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어떤 근거지를 한번 만들자는 말입니다. 한강 하구에 모래가 15톤이나 쌓여있는데, 그것도 좀 팔고 또 모래도 파서 28억 달러어치라고 하니까요 엄청난 돈이죠. 그다음에 고기 잡는 것도 지금 중국배가 와서 다 잡아갑니다. 그것도 공동으로 구역 만들어서 어족자원도 좀 보호하고, 그렇게 상의를 해 보자 해서 만들어진 것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입니다. 거기에는 배도 좀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고 그런 새로운 질서를 우리가 구축하면, NLL 건드리지 않고도 거기에 총질하지 않는 질서를 만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참, 참 머리 잘 썼지요? (일동 박수)
새로운 질서 형성하는데 민감한 여러 문제 있을 것
문제는 이제 앞으로 그 안에서 우리가 새로운 질서를 형성해 가는데 또 민감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 합의를 얼마만큼 잘하느냐 그것이 중요한데, 아무래도 상당히 많은 진통이 있을 것입니다. 확실히 이런 건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을 때와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떤 문제가 풀리는 속도는 현저하게 다릅니다. 그건 김정일 위원장은 결단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또 성격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와 관련해서 그림까지 딱 넣고 합의 도장을 찍어버려야 하는데, 그 그림을 그리는데 조금 더 북쪽으로 밀어붙이자,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오자, 옥신각신…. 실질적으로는 거의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문제를 놓고 치수 가지고 괜히 어릴 때 땅 따먹기 할 때와 비슷한 싸움을 지금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림 대강 그려도 괜찮습니다, 사실은. 그러나 대강 그릴 수 없습니다. 그게 지금 우리의 비극입니다. 대강 그려도 아무 문제없는데 어느 쪽도 대강 그릴 수 없는 그 심리적 상태, 이것이 우리의 비극이지요. 이것을 넘어서야 합니다.
[민주평통자문회의 상임위 연설 전문보기]
http://16cwd.pa.go.kr/cwd/kr/vip_speeches/view.php?meta_id=&page=2&category=&sel_type=1&keyword=&id=53d7e192729c75ddd16e6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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