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2. 19. 22:21

4-50년전 뜨거운 밥에 마가린을 비벼 소금 뿌려 먹은 적이 있습니까? 모두다 맛잇게 먹었습니다.

버터가 비싸고 품질도 좋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버터보다 마가린이 사람에게 좋다는 광고도 한 몫했습니다.

그 시절 '아지노모도'로 불리던 화학 조미료가 식탁에 등장하면서 '미풍' '미원' '맛나니'등 상표를 우리에게 선을 보였지요. DHL이 들어있어 많이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햇지요. 그렇게 말했던 사람들이 지금도 재벌이지요.

  • 1909년 오스트리아의 빌렌도르프에서 구석기시대에 만든 여성 조각상이 출토됐다. 사람들은 가슴이 머리통만 하고 엉덩이는 몸집의 절반쯤 되는 이 조각상을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라고 불렀다. 구석기시대엔 살집 좋은 여자가 미인이었을 거라는 해설이었다. 중국의 양귀비를 그린 그림을 봐도 역시 통통한 미인이다. 우리도 몸집이 든든해야 ‘부잣집 맏며느리감’이라 했다.

    ▶지방은 영양분을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추위도 막아준다. 동남아 사람들이 호리호리한 것은 몸에 지방을 쌓아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열대 나라에선 굶어죽을 염려도, 얼어죽을 염려도 없다. 반면 먹을 것 부족하고 찬바람 몰아치는 시베리아 사람들은 대체로 넉넉한 지방을 갖고 있다. 배 곯던 시절엔 풍만한 여성이 미인으로 꼽힌 것도 그래야 건강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세상이 바뀌어 지방은 혐오의 대상이 됐다. 황제 다이어트, 핀란드 다이어트, 물 다이어트 등 오만가지 다이어트에 뱃살을 주사기로 뽑아내기라도 해야 미인으로 봐주게 됐다. 그러더니 이젠 ‘트랜스지방’ 파동까지 벌어졌다. 불포화지방(식물성 기름)이 액체에서 고체로 바뀔 때 수소가 결합해 몸에 나쁜 트랜스지방이 된다는 것이다.

    ▶트랜스지방이 몸에서 빠져 나가지 않고 핏줄에 쌓이면 암이나 혈관 질환을 일으킨다. 1997년엔 ‘트랜스지방 섭취를 전체 칼로리의 2% 이하로 낮추면 심혈관 질환 사망자를 53% 줄일 수 있다’는 보고서까지 나왔다. 논란을 거쳐 덴마크가 2004년에 트랜스지방 함유량이 2% 이상인 가공식품의 유통을 금지시켰다. 미국 뉴욕시는 5일 모든 종류의 음식에 트랜스지방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명령을 내렸다.

    ▶하필이면 혀에 착 달라붙는 고소하고 바삭한 맛을 내는 게 트랜스지방이다. 마가린, 쇼트닝부터 마요네즈소스, 햄버거, 도넛, 피자, 케이크, 팝콘 등 청소년이 좋아하는 대부분 음식에 안 쓰이는 곳이 없다. 트랜스지방 파동으로 패스트푸드 업계부터 동네 치킨집까지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식품업체는 트랜스지방 없는 기름을 생산하겠다며 법석이다. 몸에 나쁜 건 피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트랜스지방 파동이 괜한 식품값 인상으로나 결말이 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세상 참 요지경이다.

오늘의 참이 내일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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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qlstn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