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년전 뜨거운 밥에 마가린을 비벼 소금 뿌려 먹은 적이 있습니까? 모두다 맛잇게 먹었습니다.
버터가 비싸고 품질도 좋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버터보다 마가린이 사람에게 좋다는 광고도 한 몫했습니다.
그 시절 '아지노모도'로 불리던 화학 조미료가 식탁에 등장하면서 '미풍' '미원' '맛나니'등 상표를 우리에게 선을 보였지요. DHL이 들어있어 많이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햇지요. 그렇게 말했던 사람들이 지금도 재벌이지요.
1909년 오스트리아의 빌렌도르프에서 구석기시대에 만든 여성 조각상이 출토됐다. 사람들은 가슴이 머리통만 하고 엉덩이는 몸집의 절반쯤 되는 이 조각상을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라고 불렀다. 구석기시대엔 살집 좋은 여자가 미인이었을 거라는 해설이었다. 중국의 양귀비를 그린 그림을 봐도 역시 통통한 미인이다. 우리도 몸집이 든든해야 ‘부잣집 맏며느리감’이라 했다.
▶지방은 영양분을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추위도 막아준다. 동남아 사람들이 호리호리한 것은 몸에 지방을 쌓아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열대 나라에선 굶어죽을 염려도, 얼어죽을 염려도 없다. 반면 먹을 것 부족하고 찬바람 몰아치는 시베리아 사람들은 대체로 넉넉한 지방을 갖고 있다. 배 곯던 시절엔 풍만한 여성이 미인으로 꼽힌 것도 그래야 건강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세상이 바뀌어 지방은 혐오의 대상이 됐다. 황제 다이어트, 핀란드 다이어트, 물 다이어트 등 오만가지 다이어트에 뱃살을 주사기로 뽑아내기라도 해야 미인으로 봐주게 됐다. 그러더니 이젠 ‘트랜스지방’ 파동까지 벌어졌다. 불포화지방(식물성 기름)이 액체에서 고체로 바뀔 때 수소가 결합해 몸에 나쁜 트랜스지방이 된다는 것이다.
▶트랜스지방이 몸에서 빠져 나가지 않고 핏줄에 쌓이면 암이나 혈관 질환을 일으킨다. 1997년엔 ‘트랜스지방 섭취를 전체 칼로리의 2% 이하로 낮추면 심혈관 질환 사망자를 53% 줄일 수 있다’는 보고서까지 나왔다. 논란을 거쳐 덴마크가 2004년에 트랜스지방 함유량이 2% 이상인 가공식품의 유통을 금지시켰다. 미국 뉴욕시는 5일 모든 종류의 음식에 트랜스지방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명령을 내렸다.
▶하필이면 혀에 착 달라붙는 고소하고 바삭한 맛을 내는 게 트랜스지방이다. 마가린, 쇼트닝부터 마요네즈소스, 햄버거, 도넛, 피자, 케이크, 팝콘 등 청소년이 좋아하는 대부분 음식에 안 쓰이는 곳이 없다. 트랜스지방 파동으로 패스트푸드 업계부터 동네 치킨집까지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식품업체는 트랜스지방 없는 기름을 생산하겠다며 법석이다. 몸에 나쁜 건 피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트랜스지방 파동이 괜한 식품값 인상으로나 결말이 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세상 참 요지경이다.
오늘의 참이 내일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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