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3. 19:55


1950년 9월1일 부산형무소 재소자들이 얼굴을 파묻은 채 트럭 위에 빼곡히 실려 있다. 이 사진은 영국의 유명 보도사진 작가 버트 하디가 촬영한 것으로 국내 언론에 처음 공개된 것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일 “촬영 시기와 정황 등으로 보아 집단학살 현장으로 이동하기 직전의 모습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제공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2일 “1950년 7~9월 부산·마산·진주형무소 등에 수감된 재소자와 민간인 최소 3400여명이 군인과 경찰 등에 의해 불법적으로 희생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 후퇴하는 군경이 형무소 재소자들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했다는 의혹을 국가기관이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형무소 재소자 희생사건’은 한국전쟁 전에 발생한 제주4·3사건과 여순사건 등으로 전국 형무소 20여 곳에 수감돼 있던 최소 2만여명의 재소자들과 구금된 국민보도연맹원들이 한국전쟁 발발 직후 군경에 의해 집단 학살된 사건이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를 보면, 부산형무소에서는 1950년 7월26일부터 9월25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부산지구 특무대를 비롯한 지역 경찰, 교도관들이 재소자와 국민보도연맹원 등 최소 1500명을 집단 살해했다. 희생자들은 전쟁이 발발하자 다른 형무소 이감 등의 이유로 끌려간 뒤, 부산 사하구 동매산 등지에서 집단 사살됐고 일부는 부산 오륙도 인근 바다에 빠뜨려져 숨졌다. 마산형무소에서는 비슷한 시기 최소 717명의 재소자 등이 총살되거나 마산 구산면 앞바다에 수장됐다. 진주형무소에서도 최소 1200명의 희생자들이 비슷한 방법으로 살해당했다. 이들 가운데 진실화해위가 신원을 확인한 희생자는 모두 576명이다.

진실화해위는 “전시였다고는 하나, 대한민국이 통치하고 있던 비전투지역인 부산·경남지역에서 남하하는 인민군에 동조할 것을 우려해 형무소 재소자들과 민간인이었던 국민보도연맹원들을 불법적으로 살해한 것은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재소자 다수가 육군형사법 등을 위반한 징역 3년 이하의 단기수들로 사형수가 아니었다”며 “이와 같이 형이 확정된 기결수를 처형한 것은 헌법이 규정한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진실화해위는 이에 따라 유족에 대한 사과와 위령사업 지원, 민간인 희생 내용의 공식 간행물 반영, 인권교육 강화 등을 국가에 권고했다. 위원회는 ‘형무소 희생사건’에 대해 2006년 11월부터 직권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대전·공주 등 당시 전국의 형무소에 대한 조사 결과를 올해 안에 발표할 예정이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4178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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