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참주(僭主) | |
서양에서도 ‘절대적 권력자’나 ‘폭군’이란 뜻으로 쓰였다. 그러나 리디아어 ‘참주(Tyrannos)’는 신성권력과 대비되는 세속권력의 통치자를 가치중립적으로 가리켰다. ■기게스 이야기는 여러 변용이 있지만 두 가지가 대표적이다. 리디아 왕 칸다울레스는 왕비가 세계 최고의 미녀라고 여기고 늘 측근인 기게스에게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그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며 직접 왕비의 알몸을 엿보라고 기게스에게 명령한다. 기게스는 겁이 나서 “여자는 속옷과 함께 부끄러움을 벗어 던지는 존재”라고 사양하지만 왕의 거듭된 강권에 못 이겨 문 뒤에 숨어서 왕비의 알몸을 엿본다. 이를 알아차린 왕비는 남편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떨며 복수를 다짐한다. 기게스는 왕비의 뜻대로 왕을 죽이고 권력을 차지한다(헤로도투스의 <역사>). ■플라톤의 <국가>에 나오는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왕의 양치기인 기게스의 조상은 큰 홍수와 지진이 끝난 후 땅이 갈라진 틈에서 속이 빈 청동 말을 발견, 그 속에 누워 있는 시체의 손가락에서 금반지를 빼어 가졌다. 이 반지는 안쪽으로 돌리면 낀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밖으로 돌리면 모습이 보이게 하는 요술반지였다. 반지의 비밀에 눈뜬 기게스는 왕의 사자가 되어 왕비의 처소에 드나들다가 정을 통하게 되고, 왕을 시해한 후 왕권을 잡았다. 두 이야기는 쿠데타나 하극상을 통해 전통적 신성권력이 새로운 세속권력으로 바뀐 역사적 사실을 시사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대조도 흥미롭다. 세속권력의 창시자인 기게스는 늘 모습(실상)을 감추려고 했다. 칸다울레스가 상징하는 전통적 권력은 왕비의 알몸까지 보여주려 했지만, 기게스는 문 뒤에 숨거나 반지의 조화 속에 몸을 감추었다. 금반지의 다른 이름인 주조화폐도 자신의 모습(허상)을 새김으로써 참모습을 감추는 수단이다. 왜 대중적 지지에 기반한 권력일수록 대중과 멀어지고, 권력자가 대중매체에 자주 등장할수록 권력자는 대중에게 허상만 전하는지를 일깨운다.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서 ‘개혁참주’의 무능한 참모습을 보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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