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11. 22:39

책을 뒤적이다

이희승 선생의 수필 "달깍발이"가 눈에 들어왔다.

국어학자 이희승은 1930년 경성제국대학 조선어학과를 졸업하였으며,

1942년 조선어학회사건에 연루되어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복역하였다.



제밥벌이도 못하고

오직 예의(禮儀). 염치(廉恥)만 따지며

한 달에 아홉번 식사(三旬九食)

겨울이 와도 땔나무가 있을 리 만무하여 사지를 웅크릴 대로 웅크리고, 안간힘을 꽁꽁 쓰면서 이를 악물다 못해 박박 갈면서 ,


"요놈, 요 괘씸한 추위란 놈 같으니, 네가 지금은 이렇게 기승을 부리지마는, 어디 내년 봄 에 두고 보자." 는

무능의 표상 딸깍발이가 말한다.

너희들은 너무 약다.

전체를 위하여 약은 것이 아니라, 자기 중심, 자기 본위로만 약다.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하여 영리한 것이 아니라,

당장 눈앞의 일에만 아름 아름하는 고식지계(姑息之計)에 현명하다.

염결(廉潔)에 밝은 것이 아니라, 극단의 이기주의(利己主義)에 밝다.

이것은 실상은 현명한 것이 아니요, 우매(愚昧)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제 꾀에 제가 빠져서 속아 넘어갈 현명이라고나 할까.

무능한 자의 말도 들어라!

물질적인 궁핍함에서도 남을 속이거나 비굴하지 않으며

자신의 본분을 묵묵히 해나가는 강직함과 자기중심, 자기 본위가 아닌

전체를 위하는 의기가 바로 그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가난을 벗어날 길 없는 워킹 푸어가 300만을 넘어섰다는 추산이다.

상대적이긴 하지만 삶이 팍팍하기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다.

하지만 그 처절한 고통을 딛고 이겨내려는 오기는 어디로 갔는가?

정신 바짝 차리고 허리띠 졸라메고 요행을 기다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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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qlstn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