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23. 15:01

몇 년 전에 고등학교 3년생 셋이 ‘편찬’한 ‘대한민국 학교대사전’에 ‘고 3’을 이렇게 풀이해 놓았었지.


‘아플 자유도, 딴청 필 자유도, 게다가 놀 자유도 없는 다소(?) 불운한 종족.’


‘서시(序詩)’ 패러디도 실려 있었다.


‘수능 날까지 성적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식후에 이는 졸림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무사 진학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출제되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시험을 치러 가야겠다

오늘밤에도 재수(再修)가 꿈에 스치운다.’


어디선가 본

신경림의 ‘가난한 사랑노래’를 패러디한 ‘고 3의 사랑노래’도 있다.


고 3이라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공부가 끝나 돌아오는

가로등 밝힌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고 3이라고 해서 재미를 버렸겠는가

복합상영관에 한 관 남았을

보고 싶던 영화도 그려보지만…

고 3이라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고 3이기 때문에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갇혀 살아온 ‘대입 감옥’의 형기(刑期)가 .......



시험은 잔인하다.

환호하는 이가 있으면

당장 방에 틀어박혀 눈물짓는 아이도 있고.

자책, 회의, 분노, 체념에 빠지기도 하리라.


우리 아이들 하나하나가 세상에서 유일하고 그래서 가장 소중한 존재다.

그 꽃 같은 아이들을 고통과 좌절에 빠뜨리는 건 모든 어른의 죄(罪)다.

짠하고 대견한 우리 아이들에게 위로 한마디 건넨다.


욕봤다.


피카소가 이런 말을 했다드라.

여러분이 그림을 그릴때

가끔 아름다운 것을 발견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지워 버리고

몇번이고 다시 그려야한다.

그것은 파괴나 상실이 아니라

오히려 변형되고 집약되어서

다시 구체화하는 것이다.



피카소의 해변을 달리는 두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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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qlstn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