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23. 16:05
젊은 김인숙의 소설 ‘그 여자의 자서전’은 정계에 나가고 싶어하는 졸부(猝富)의 자서전을 대신 써 주는 젊은 여자 소설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거금의 원고료 제안에 '경제적 어려움'이란 핑계를 대며 술술 써나가던 자서전은 졸부의 '민주주의에 대한 기여' 대목에서 주인공은 의뢰인을 미화하는 일에 모멸감을 느낀다.
“작가들이란 게 없는 말도 잘 불려서 하더구만, 있던 일에 살도 못 붙인단 말요?”
의뢰인은 작가를 타박한다.
잊었던 청춘시절의 사랑과 꿈을 떠올리며 주인공은 수치스러운 현실에 우울해한다.
그러면서 변명한다.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사람에 관한 것보다도 더 많은 것을 그에 대해 알게 되었지만, 그런 정보들은 가변적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가 쓰고 있는 건 그의 자서전이지, 전기가 아닌데요. 게다가 자서전을 쓰는 건 그 사람이지, 내가 아닌데요.
나는 대필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내가 받은 대가는 그것에 대한 것뿐이라는 것, 적어도 내게는 그의 진실을 감당할 이유 같은 건 없다는 것, 그러니 당신이 천하의 사기꾼이든 살인마든, 그런 건 내가 알 바 아니라는 것……
요즈음 한국어를 한국어로 번안하는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