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께 청원드립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어려운 시기에 국정을 수행하시느라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전직 대통령으로서 이 어려운 시기에 아무런 도움을 드리지 못하고 있는
처지를 무척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오늘은 저와 관련한 일로 대통령께 청원을 드립니다.
청원의 요지는 수사팀을 교체해 달라는 것입니다.
이유는 그동안의 수사 과정으로 보아 이 사건 수사팀이 사건을 공정하고
냉정하게 수사하고 판단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하는 일은 범죄의 수사이므로, 검사가 머릿속에 범죄의 그림을
그려놓고 그 범죄를 구성하는 사실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에 우선하는 검찰의 의무는 진실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검찰은 있는 사실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지,
없는 사실을 만들거나 관계없는 사실을 가지고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나아가서는 피의자에게 유리한 사실도 찾아낼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수사팀이 하고 있는 모양을 보면
수사는 완전히 균형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수사팀은 너무 많은 사실과 범죄의 그림을 발표하거나 누설했습니다.
피의사실을 공표하거나 누설해왔습니다.
다음에는 그들이 발표한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발표하거나 누설해왔습니다.
그 다음에는 증거의 신뢰성을 뒷받침하는 사리를 설명해왔습니다.
마침내는 전혀 확인되지 않은 터무니없는 사실까지 발표합니다.
이런 일들은 검찰이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불법행위입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이 문제를 따질 겨를이 없습니다.
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 사건 수사팀이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미리 결론을 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발표하거나 누설한 내용을 보면 미리 그림을 다 그려놓고
그에 맞게 사실과 증거를 짜 맞추어 가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정상적인 수사가 아닙니다.
이렇게 해서는 도저히 수사의 공정성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국민들은 그들이 만든 범죄의 그림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나아가서는 미래에 이 사건의 재판을 맡을 사람의 기억에까지
선입견을 심어줄 우려가 있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수사팀이 끝내 피의사실을 입증할 만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에도 결론을 돌이킬 수가 없는 상황에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스스로 그려놓은 그림에 빠져서 헤어날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판단을 돌이키기에는 너무 많은 발표를 해버린 것 같습니다.
만일 사건이 이대로 굴러가면 검찰은 기소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검찰의 판단이 잘못된 것으로 결론이 나왔을 때,
그리고 검찰의 수사과정의 무리와 불법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대한민국 검찰의 신뢰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상황이 이러하니 수사팀은 새로운 증거가 나올 때까지
증거를 짜내려고 할 것입니다.
이미 제 주변 사람들은 줄줄이 불려가고 있습니다.
끝내 더 이상의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다른 사건이라도
만들어 내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는 것은 검찰권의 행사가 아닙니다.
권력의 남용입니다.
그동안 참여정부 사람들이나 그들과 혹시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심이 갈 만한 사람들은 조사할 만큼 다 조사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이미 많은 사람이 감옥에 가지 않았습니까?
이미 제 주변에는 사람이 오지 않은 지 오래됐습니다.
저도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이전에는 조심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조심을 하지 않아도 아무도 올 사람이 없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미 모든 것을 상실했습니다.
권위도 신뢰도 더 이상 지켜야 할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저는 사실대로, 그리고 법리대로만 하자는 것입니다.
제가 두려워하는 것은 검찰의 공명심과 승부욕입니다.
사실을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대통령께서는 이미 이 사건에 관하여 보고를 받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 이처럼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까지는
보고를 받지 못하셨을 것입니다.그런데 이 사건은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저는 대통령께서 이 사건을 다시 한 번 보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통상적인 보고라인이 아니라 대통령께 사실과 법리를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다른 전문가들에게
이 사건에 대한 분석과 판단을 받아 보실 것을 권고 드리고 싶습니다.
다시 살펴보아야 할 중요한 점은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검찰이 막강한 권능으로 500만 불을 제가 받은 것이라고 만들어내는 데
성공을 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과연 퇴임 사흘 남은 사람에게 포괄적 뇌물이 성립할 것인지,
과연 박 회장의 베트남 사업,경남은행 사업, 그 밖의 사업에
대통령이 어떤 일을 했는지, 무슨 일을 했다면 그것이 부정한 일인지,
이런 문제들에 관하여 신중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박연차 회장이 2007년 6월 저와 통화를 했다면
검찰은 그 통화기록을 확보했는지,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도 확인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보도를 보면 통신회사의 기록 보존 기한이 지났기 때문에
찾기가 어렵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만,
오늘날 디지털 기술은 통신 서브를 폐기하지 않은 이상 복구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기관은 검찰뿐입니다.
그러므로 이 통화기록은 반드시 검찰이 찾아서 입증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이 기록을 성의 있게 찾고 있는지 물어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검찰이 이 사건에 관한 단서를 언제 처음 알았는지,
왜 지금까지 수사를 미루어 왔는지,
그동안에 박 회장의 진술이 어떻게 변화하여 왔는지,
지금 검찰이 박 회장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권능을
이 사건 수사를 위하여 남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런 사정도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이 사건 수사가 많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는 방법은 수사팀을 교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오로지 대통령님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형식적 절차는 법무부 장관의 소관일 것입니다만,
대통령의 결단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저는 저와 제 주변의 불찰로 국민을 실망시켜 드린 점에 대하여는
이상 더 뭐라고 변명을 드릴 염치도 없습니다.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거듭 사죄드립니다.
이제 저는 한 사람의 보통 인간으로서 이 청원을 드립니다.
형식 절차에서 자기를 방어하는 것은 설사 그가 극악무도한 죄인이거나
역사의 죄인이거나 가리지 않고 인간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최소한의 권리입니다.
제가 수사에 대응하고, 이 청원을 하는 것 또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라는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9년 4월 노무현
- 4월 19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쓴, ‘부치지 않은 편지’ 중에서
“모든 것이 분수를 넘은 저의 욕심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저는 이제 남은 인생에서 해 보고 싶었던 모든 꿈을 접습니다. 죽을 때까지 고개 숙이고 사는 것을 저의 운명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사법적 절차의 결과가 어떤 것이든 이 운명은 거역할 수 없을 것입니다. (중략)
검찰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검찰은 도덕적 책임과 법적 책임을 구분하여 다루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검찰이 하는 모습을 보면 먼저 도덕적 책임을 추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덕적 책임을 반드시 법적 책임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것은 검찰의 사명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결정적 증거라고 보도되고 있는 박연차 회장의 진술이라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저는 검찰이 선입견을 가지고 오랫동안 진술을 유도하고 다듬어서 만들어낸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재판 과정에서 이 과정을 반드시 밝혀낼 것입니다.”
-4월 말 작성하다 중단된, ‘추가진술 준비’ 중에서
“밀행성 원칙이란 수사기관이 진행 중인 수사 내용의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직무상 원칙이다. 피의사실 공표를 통해 피의자의 인권이나 방어권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차원에서도 밀행성 원칙은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형법은 검찰이나 경찰 등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직무상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기소) 전에 공표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 등 형사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 <부치지 않은 편지와 중단된 글> 중에서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문화 하나만큼은 전통을 확실히 세우겠다.” - 2008년 7월 16일, ‘이명박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 중에서 그러나 봉하마을로 가져온 대통령기록물 중 ‘인사검증 파일’이라는 것은 없었다. 단지 청와대 국정브리핑을 발송하기 위한 e-메일 리스트만 있을 뿐이었다. 당시 노 대통령은 퇴임 뒤 쌍방향 토론 사이트인 ‘민주주의 2.0’ 구축에 힘을 쏟고, 참여정부 출신 학자들로 구성된 싱크탱크 형태의 ‘연구재단’을 기획하고 있었다. 이런 움직임이 알려지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세력화 의혹’이 언론을 통해 확대되어 갔다. - <대통령기록물 사건> 중에서 검찰 기자실에서는 수사 진행 상황이 매일 브리핑됐다. 언론은 이를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노 대통령이 ‘검찰발 언론 보도’를 확인한 후 자신의 홈페이지와 측근을 통해 이를 해명하면 검찰과 언론은 이에 대해 다시 반박했다. 이들의 증오심은 어디에서 왔을까? 일단 ‘비주류’라는 이유가 등장한다. 재임 중은 물론, 퇴임 이후에도 집권여당과 보수언론으로 상징되는 주류들은 그를 조롱했다. 박연차 사건이 터진 뒤에는 더욱 노골화했다. 그들에게 노무현은 가난한 시골 출신으로, 학력이라고는 상업고등학교 졸업이 최종 학력이고, 변호사로 입신양명하였으나 인권변호사의 길을 갔으며, 운동권에서도 학생운동의 경력과 기반이 없는 비주류였고, 정계에 들어와서도 주류에 편입되기를 거부하는 그야말로 별 볼일 없는 비주류였다. 비주류=무자격=무능력이라는 등식으로 확대 고착된 프레임은 비주류가 ‘감히’ 최고 권력의 지위에 오르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정서로 이어졌다. - <왜, 누가 노무현을 죽이는가> 중에서 조선, 중앙, 동아, 문화 등 보수신문보다 경향과 한겨레의 글들을 길게 소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알았을까? 그 신문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보는 ‘유일한 신문’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봉하마을 사저에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신문을 아예 들여놓지조차 않았다. 보는 신문은 한겨레와 경향 등 진보를 표방한 신문이 유일했다. 서거 3일 전, 친구였던 이재우 씨가 사저를 방문한다. 지인들의 방문을 막고 있었지만, 동네 사람인 그의 방문만은 막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이재우 씨는 이렇게 말한다. 과연 ‘그 순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고 해야 하나, 정말 막막했습니다. 고민하다가 결국 ‘뛰어내리셨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 순간 제가 찾아낸 단 하나의 어휘가 그것이었습니다. (김경수 비서관) - <‘뛰어내리셨다’> 중에서 “두 가지겠지요. 하나는 역시 속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님 당신께서는 관여하지 않으셨고 모르셨던 일이지만, 측근이나 가족에 의해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이고, 게다가 그것이 미국에서 집을 사니 뭐 이런 용도였다는 것이고 하니까, 국민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책임이나 죄송스런 마음을 가지셨던 거지요. 그래서 속죄의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검찰은 이러한 사실을 몰랐을까?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미 노 대통령의 측근과 가족 등에 대한 조사 내용과 피의사실을 모두 언론에 공개했다. 재판을 받기도 전에 여론재판을 통해 사회적 평가를 유도한 것이다. 검찰은 심지어 노 대통령이 답변서에서 피의자의 권리를 요구한 부분까지 공개하며 그 내용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피의자의 권리 요구는 헌법상 권리로서 당연한 것이고, 그에 대한 대응은 조사 과정에서 반영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먼저 꺼낸 말입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한 끝에 답으로 한 말이 아닙니다. 한 번도 아니고 만날 때마다, 전화할 때마다 거듭 다짐으로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에는 자존심이 좀 상하기도 했으나 진심으로 받아들이면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은근히 기대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 말씀을 믿고 저번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보도를 보고 비로소 알았다.”라고 했습니다. 이때도 전직 대통령 문화를 말했습니다. 그리고 부속실장을 통해 연락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선처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연락이 없어서 다시 전화를 드렸습니다. 이번에는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매일매일 진행 상황을 브리핑하는 이런 수사 방식은 처음 봤다.”
보다 못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검찰에 던진 쓴소리다. 사실 검찰을 향한 쓴소리라면 언론이 먼저 제기했어야 했다. 비정상적 검찰 수사에 대해 언론은 눈을 감았다.
- <이상한 수사> 중에서
그가 봤던 유일한 신문, 그가 ‘분명히 봤던’ 그 기사들, 그 ‘용감무쌍’한 칼날의 칼집을 쥐고 있는 건 바로 그가 ‘우리’라고 생각했던 ‘우리들’이었다. 서거 직후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동시에 터져 나온 시민들의 언어 ‘지못미’라는 어휘는 바로 거기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 봄의 집단 린치, 누군들 자유로우랴> 중에서
“통닭 하나 사 들고 찾아간 건데 사실 그때 힘든 거는 서로 말로 안해도 다 아는 거 아닙니까.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어요. 얼굴도 눈에 띄게 수척했고요. 말없이 앉아 있기만 했는데 내가 자꾸 말을 거니까 ‘답답하다, 나 때문에 우는 사람이 너무 많다.’ 뭐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워낙 강한 사람이니까 잘 이겨내려니 생각했지 설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이야 감히 짐작도 못했습니다.”
- <대통령의 담배> 중에서
그리고 또 하나는 일종의 항의겠지요. 자존을 지키기 위해. 계속 그렇게 굴욕을 강요하지 않았습니까? 사법적으로 증거도 박약하고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지속적으로 언론하고 연계하면서 모욕을 가하고 하는 상황이지 않았습니까. 그런 상황에서 이제 더 이상 굴욕 받지 않겠다, 스스로의 자존을 지킨 것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노 대통령이 부엉이바위에서 스스로 몸을 던진 이유에 대한 문재인 전 실장의 해석이다.
- <아무런 징후도 없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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