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7. 10:42



국가 간 무역거래 및 금융거래의 결제, 그리고 준비자산으로 널리 이용되는 통화를 말하며, 국제통화라고도 한다.


기축통화의 요건으로는

① 통화가치의 안정(stability),

② 국제거래 통화로서의 수요공급이 원활할 것(availability),

③ 교환성, 이체성 등 국제무역, 국제금융에 대한

매개통화(vehicle currency)적 기능이 있을 것,

④ 그 나라 금융시장이 국제금융시장으로서의 기능과 조직을

겸비할 것 등이 요구된다.


즉 기축통화가 되려면 거래 당사자들이 결제 수단으로서 믿을 수 있는 통화여야 하고 또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장에 충분히 공급되어야 한다.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지금과 같은 기축통화라는 개념이 없었다.


당시는 모든 화폐를 금으로 바꿀 수 있는 금본위제도였으며 금 보유량이 많았던 영국의 파운드화가 상대적으로 다른 화폐에 비해 선호될 정도였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막대한 전쟁 비용으로 영국의 금 보유량이 크게 줄어들자 미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국제통화제도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1944년 7월 미국 뉴햄프셔주의 브레턴우즈에서 44개국 대표들이 모여 소위 브레턴우즈체제를 출범시키게 된다.





브레턴우즈체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창설과

지폐인 달러를 제시하면 언제나 진짜 금으로 교환해준다는

금환본위제(gold-dollar standard) 도입을 핵심으로 한다.


물론 1944년 첫 회의에서는 미국 달러와 함께 영국 파운드도 금으로 바꿀 수 있는 중심통화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금 보유량이 급속히 줄어들어 영국 파운드화는 그 후 가치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고 1950년 이후 달러가 유일한 기축통화로 자리잡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금을 보유하게 된 미국은 기축통화 달러를 금 1온스당 35달러의 비율로 금과 교환해 주었다.


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소식에 달러는 무역업자들에게 인기를 끌어 거래에 널리 활용됐으며

금본위제에서는 금 채굴량의 제한으로 늘어나는 무역거래를 뒷받침할 만큼의 통화를 공급하기 힘들었으나 달러는 그런 제약이 없어 1950~60년대 세계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미국은 1960년대 베트남 전쟁을 치르면서 믾은 달러를 찍어냈고, 따라서 금 보유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금 보유량이 바닥나자 마침내 1971년 달러를 더이상 금으로 교환해 주지 않는다며 금 불태환을 선언한다.


닉슨의 금 불태환 선언은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다.


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폭락하고 금값이 급등했다(달러 표시의 금값이 상승했다는 말은 달러값이 하락했다는 의미).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더 이상 금으로 바꿀 수 없게 됐으므로 종이쪽지 취급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국제 결제 통화로 오랫동안 사용된 달러는 쉽게 기축통화 자리를 잃지 않았다.


특히 중동 국가들이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결성하면서 달러를 유일한 석유 결제 통화로 사용한다고 발표해 달러는 다시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었다.


당시 OPEC 국가들은 미국이 자신들을 카르텔이 아닌 국제단체로 인정한 데 대한 보답으로 달러를 석유 결제통화로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이때 금값과 함께 석유가격도 폭등했다.


유가 상승은 석유 자원의 고갈이 아니라 달러 가치의 하락에 따른 반사적인 급등으로 해석된다.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회복한 달러는 이제 거칠 것이 없었다.


사고 싶으면 달러를 찍어 산다. 쓰고 싶으면 찍고, 또 찍어 쓴다.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해 미국의 무역적자는 GDP의 6%에 달할 정도로 컸다.


최소한 미국의 무역적자 만큼의 달러가 더 세상에 뿌려진 것이다.


미국 달러화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가치가 하락해야 이론적으로 맞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의 달러 비축, 자국통화 가치가 불안한 일부 남미 동남아 국가 주민들의 달러 선호 등으로 수요가 늘어 세상에 나도는 달러 가치는 하락하지 않았다.


국제 무역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여야 한다. 그러면 미국의 소비를 감소 시켜야한다.





아이로니하게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소비감소로 세상에 달러 공급이 줄어들고 가수요까지 겹쳐 달러 부족 사태가 생긴다. 그래서 찍는다.





그 흔해 빠진 달러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중국이 미국에 대해 큰소리를 치면서도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은 중국 상품을 미국에 팔아야 하고 미국인들의 구매력이 있어야 중국도 무역을 늘려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가 불안한 모양이다.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도 작년 10월 말 모스크바에서 만나 현재의 달러화 중심의 기축통화 체제에 반기를 들고 국제통화의 다양화를 주장했고 이후에도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등 각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들이 달러화 지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았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지난달 말 "신흥국의 영향력이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국제경제 질서에 또 다른 변화가 올 것"이라면서 "미국이 달러의 기축통화 위상을 당연시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정적자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 올해 1조6천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금융권 구제와 경기부양책 등을 위한 돈을 빚을 내 조달하고 있는 미국 정부는

미국도 달러화 기축 통화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G20 정상회담이 열린 피츠버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달러가 계속 기축통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G20(주요 20개국) 회의 등에서 달러 기축통화 체제에 변화를 가져올 만한 실질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지는 6일 아랍과 중국 금융권 소식통을 인용해, 걸프 국가들이 중국, 러시아, 일본, 프랑스 등과 함께 석유거래에서 달러 대신 사용할 '통화 바스켓'을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미 관련국가의 고위 관리들이 비밀 회의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새 통화 바스켓에는 일본 엔, 중국 위안, 유로, 금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협력협의회(GCC) 소속 국가들이 계획하고 있는 단일 통화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날 금융시장에서 이런 보도가 현실화될 우려 속에 달러화 가치는 떨어지고, 석유거래에서 새 통화가 설정되기 전의 과도기인 2018년까지 '금'이 결제수단이 될 것이 유력하다는 소식에 금값이 사상 최고치인 온스당 1천40달러까지 치솟는 등 시장이 요동을 쳤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가치가 떨어져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인덱스는 이날 76.201로 작년 9월말 이후 13개월만의 최저치에 근접했다.



파문이 커지자 사우디아라이비아와 쿠웨이트 등 중동 국가들과 러시아 등은 달러화 사용 중단을 논의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각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번 보도는 갈수록 흔들리는 달러화의 위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달러가치가 폭락할 경우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도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2004년에 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인 로런스 서머스는 당시 달러화가 처한 상황을 두고 “금융 붕괴의 공포 때문에 유지되는 균형”(balance of financial terror)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2007년께의 추산으로 중국은 국내총생산의 3분의 1에 이르는 수조달러의 달러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 막대한 자산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달러자산을 끝없이 사야 하는 상황에 빠졌다. 중국이 안사면 달러가 폭락할 테니까. 당연히 중국은 겉으로는 달러 지위를 지지해야 하고 속으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하나는 예전 1980년대 중반에 플라자합의를 통해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중국이 달러 가치 하락의 부담을 군말 없이 져주는 경우이다. 미국의 이익이 일방적으로 관철되는 길이다.


만약 이게 별로 현실성이 없다면

국제적 협조에 의해 계획적이고 점진적으로 달러 가치를 조정하든가

아니면 달러 가치의 격렬한 급변동을 초래하는 두 가지 길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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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qlstn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