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바라나시에 온 사람들 중에는 몸서리를 치는 이들도 있다. 멀리서 바라보는 강의 풍경과 관념 속에서 바라보는 철학과 종교는 아름답지만, 강변의 현실은 끔찍하기 때문이다. 그 현장 앞에서는 감상적인 삶의 허무나, 생의 집착을 버리라는 교훈도 쉽게 읊조릴 수가 없다. 그런 것들은 다 시간이 지난 후에야 나오는 말이다.
그러나 그곳에 오래 머물수록, 여러 번 가볼수록, 혹은 마음을 턱 내려놓고 바라볼수록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바라나시에는 공간의 족쇄와 시간의 사슬에 묶여 있던 존재가 스르르 풀려 나가는 묘한 혼돈의 기운이 서려 있다.
수천년 이어온 화장터에도 빈부격차
끝없이 이어진 성벽 안의 미로를 하염없이 걷거나, 강변에 누워 무심하게 강물을 바라보면 문득 삶이 꿈 같고 자신이 환영처럼 보이는 묘한 느낌을 갖게 된다.
새벽에 수행자처럼 맨발로 강가로 걸어나가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면, 문득 세상은 삶과 죽음이 어우러진 구천의 세계로 다가오기도 한다. 강변 이쪽의 이승에서는 죽음이 연기로 피어오르고, 강 건너 저승에서 떠오른 해는 세상을 다시 밝힌다. 그리고 이승과 저승 사이를 흐르는 갠지스강에서 사람들은 두 손 모아 합장을 한 채 빌고 있다. 삶이 죽음이 되고 죽음이 삶으로 순환되는 순간, 추한 것, 더러운 것, 불결한 것, 아름다운 것, 깨끗한 것, 신성한 것은 모두 이름을 잃고 하나의 실재 속으로 사라지는 그 순간, 세상은 한없이 성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서 바라나시는 지옥과 극락과 혹은 구천의 세계를 오가는데, 그 묘한 매력 때문에 오늘도 바라나시에는 순례객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http://www.segye.com/Articles/News/Culture/Article.asp?aid=20060214000801&ctg1=12&ctg2=&subctg1=12&subctg2=&cid=0101051200000&dataid=2006021414020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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