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14. 13:38

그거 갖구 뭘 그러냐

사람이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치사하게 정리 좀 못하는 거 가지구 그러냐


그럼 니가 하던가.. 아니 내가해야돼

꼬나보냐. 정말 꼬나보냐? 눈 안깔어?

치사빤스!

치사빤스라...... 그 빤스를 본 적이 없지만 간혹 들은 적은 있다.

상대가 정말 치사하게 째째하게 굴 때 쓰는 말이다.


치사빤스!


이 말이 어디서 유래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추측컨대 치사한 정도가 더럽고 냄새나고 부끄러운 수준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요즘엔 잘 쓰이지도 않는다는 치사빤스.


하지만 오늘 하루 그걸 잠시 빌려써야 할 것 같다.


치사하게 굴고 째째하게 노는 어른들이 많아서다.

마구잡이 떼쓰고 막무가내 억지부리는 어른들이 많아서다.


아이처럼 구는 어른들에겐 아이들의 말로 한마디 하는 게 훨~ 나을 듯해서다.


에이 ~ 치사빤스다.



치사하다는 말은 뜻밖에 고풍(?)스런 말이다.

치사(恥事)에서 나왔다. ‘부끄러운 일’이란 명사다.



그런데 이 말이 누군가의 오분석(誤分析)에 힘입어 ‘치사하다’라는 형용사로

굳어졌다. 의미도 약간 바뀌어 대개 남을 향해 욕하는 말이 되었다.


치사하다에는 아주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어있다.


치사하다고 표현되는 상대는 현재 나보다 무엇인가가 낫다.


그래서 내가 상대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거나 싫어도 싫은 내색을 못하는 형편이다.


그런데 그는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작게 베풀거나 해야 할 것을 외면한다.


혹은 자신의 무엇인가를 이용하여 힘없는 무방비상태의 누군가에게서 이익을 갈취하거나 나쁜 짓을 한다.


그 나쁜 일은 어마어마한 일이 아니라 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남의 밥그릇을 빼앗거나, 똥물 뒤집어 씌우고 더러운 놈이라 하라고 하는 짓거리,

말도 안 되는 속 보이는 거짓을 말할 때이다.


"에이, 아닌데..."하면 주먹질 하며 입을 다물라 윽박 지르고

"치사하게 내가 그런 일을 할 것 같아..?"하는 걸 보면 얄팍하고 음험함을 느낀다.


요컨대 이 모든 치사함들은, 수치심을 잃어버린 자들이 저지를 만한 일들이다.


그런데 치사함이란 ‘인간의 성질 상태에 관한 형용’인데 ‘빤스’라는 인간의 의류와 왜 갑자기 교배를 하게 되었을까?


그러고 보니, 치사와 빤스는 부끄러운 일, 더러운 일과 관련있는 것이 좀 닮았기는 하다.


특히 제대로 쓰이는 영어인 ‘팬티’가 아니라 ‘빤스’인걸 보면 어떤 우스꽝스러운 효과를 노리는 마음이 들어가 있는 듯 하다.


빤스는 대표적이니 콩글리쉬 발음이기도 하지만,

거기엔 한 시절의 숨찬 역사가 숨어있기도 하다.

헐벗고 굶주리던 시절, 야들야들한 빤스를 속에 받쳐입는 호강을 누리며 열심히 삽질하고 미싱 돌려서 이른바, 팬티 문명의 중심에 진입했다. 이런 경제적 대약진을 이뤄놓고 보니 옛날의 군색과 허둥지둥이 이제 모두 촌스럽고 우습고 얄궂게 보인다.


빤스가 ‘난닝구’와 함께 촌티의 대명사가 되는 건 그런 내력에서다.


혹시 저 치사빤스에는 교양과 세련을 자처하면서도 지난 시대 우리 삶, 그 지옥 같은 가난속에서 생존을 위한 그날의 치사함을 슬그머니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저 ‘치사빤스’는 ‘치사하기가 빤스같은 놈’의 준말일지도 모르겠다.


빤스속에 들어있는 x와 y가 자주 인간의 도덕책에 나오지 않는 일을 저질러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곤 해서 인가?


그러나 그런 이유로 빤스를 모욕하고 있는 것이라면 ‘듣는 빤스’가 몹시 언짢다.

x와 y의 준동과 일탈을 감시하고 보초서는데 이 물건만큼 수고롭게 복무하고 있는 존재가 어디 있으랴. 그것들이 ‘3류 주간지’의 온갖 치사빤스들을 줄였으면 줄였지 더 늘렸을 리 없다.


빤스 전체를 치사하다고 몰아붙이는건 무책임한 일이다.

혹시 특정한 빤스에 한정된 의미는 아닐까.


그렇다. 빨랫줄에 널린 우리네 낡고 구멍난 빤스나 혹은 걸레로 쓰기 직전의 더러운 빤스는 ‘빤스의 험한 모양새나 민망한 빛깔이지만 ‘치사빤스가 아니다.

그 빤스는 부끄러워 드러내기 싫어한다.


진짜 치사 빤스는 매일 아니 시간마다 갈아입는 고급 실크빤스를 자랑하고파 부끄러운 줄 모르고 시도 때도 없이 바지, 치마 훌러덩 내리고 자랑하는 빤스다.

더 가관은

무얼 더 얻겠다고, 그 걸 잘한다고, 훌륭하다고 박수치는 것도 모자라

눈길 돌리는 놈에게 눈 흘기며 주먹감자질 하는 년놈은 더 치사빤스다.


에이 치- 사 빠-안 스

우리는 치사빤스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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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qlstn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