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26. 10:43
대부분의 건배사(乾杯辭)는 약자(略字)로 만든 것이다.
요즈음 방안퉁수로 지내는 탓에 들을 기회도 쓸 기회도 없었다.
우리은행에서 기발한 건배사들을 모은 책자를 발간했단다
남존여비(男存女費)
‘남자는 여자의 비용을 대기 위해 존재한다’
‘남자 구실 제대로 하려면 여자 앞에서 비실비실해야 한다’
‘재개발(再開發)’
‘재치 있고 개성 있게 발전하는 사람이 되자’
‘재건축(再建築)’
‘재미나고 건강하게 축하받고 살자’
‘원더걸스’
‘원하는 만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걸러서 스스로 마시자’
‘마돈나’
‘마시고 돈 주고 나가자’는 대미 장식용 건배사다.
그래도 나는 '당신멋져'가 좋다.
선창자가 “당신!” 하고 외치면, 나머지 사람들이 “멋져!” 하고 화답한다.
‘당신, 멋져’ 역시 약자(略字)로 만든 것인데,
그 뜻인즉
'당’당하고
‘신’사답고
‘멋’지게
‘져’주자는 것이다.
일본의 부모들이 “남에게 폐 끼치지 말라”고 훈계할 때, 우리 부모들은 “절대 어디 가서 지지 말라”고 가르친다. 숨가쁜 경쟁 자체보다 더 걱정스러운 점은 우리 사회에서 승부는 대개 완승(完勝) 아니면 완패(完敗)로 끝난다는 점이다. 서로 한 발씩 물러서는 지혜나, 이번에 양보하면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는 전략적 신뢰는 설 자리가 없다. 이번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끝장을 봐야 하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패자(敗者)의 승복이나 승자의 아량은 찾아볼 수 없고, 승패의 후유증은 오래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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