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25. 15:44

I * KOREA

W. A:son Grebst

Forlagsaktiebolaget Vastra Sverige

1912






1986년 [김상열] 번역


역자 후기

구한말(舊韓末)인 1904년 겨울, 크리스마스 이브날인 12월 24일 부산항에 도착한 스웨덴의 기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아손 그렙스트(W. A;son Grebst). 그 당시 유럽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러일전쟁을 취재하기 위해 도쿄에 온 그는 일본이 한반도 취재를 금지하자 영국인 무역상으로 위장하여 우리나라에 밀입국한 후 1905년 초까지 한국을 여행하며 취재, 1912년 스웨덴에서 < I.KOREA >라는 책을 펴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스칸디나비아어과 김상열 교수가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 유학 시절, 이 사실을 대학 구내식당에서 그 도서관의 사서로 일하고 계시던 교포 유재호님에게서 듣게 되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정말로 일생에 한두 번 있을까말까 하는 '우연'한 기회로 이 책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풍물지리서려니 했는데


이건 그런 단순한 책이 아니었다. 그의 조사에 의하면 이 책은 현재까지 세계에서 한권 밖에 없는 귀중한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사실보다는 이 책의 내용이 100년 전의 우리 모습이 사실 그대로 생생하게 살아나와 숨 쉬고 있기에, 과거를 이해함으로서 우리 자신의 참모습을 찾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숙제를 한다는 느낌으로 이 책을 완역하였다고 한다.


완역본의 이름은 <스웨덴의 기자 아손, 100년 전 한국을 걷다>이다.


이 책은 그때까지만 해도 유럽에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던 은둔의 나라 조선을 두루 여행하며 장막에 싸인 당시의 우리 생활상을 기자의 시각으로, 기자의 탐구정신으로 절묘하게 그린다.


그는 고종 황제부터 시골의 평범한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으며, 100년 전 한국의 이모저모를 예리한 관찰하고 섬세하게 묘사했다.


우리는 역사적인 사건이나 귀족들의 생활상은 단편적으로나마 문헌을 통해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평민들이나 사회 밑바닥을 이루는 계층들의 삶의 기록은 거의 없기에 그들의 정확한 모습과 일상의 삶은 풍문이나 추억을 더듬어 막연히 추측만 할 뿐이다. 그러나 사실을 세세하게 표현하지 문헌이나 추측은 우리가 편한 대로, 느낌대로 해석되는 경향이 있어 비슷할 지는 몰라도 실제와는 많은 거리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아손은 기자다. 그때나 지금이나 기자는 사명감과 기자의식은 비슷한 듯하다. 기록을 볼 때 그는 보통의 기자가 아니라 기자 정신이 투철한 기자다.


유럽의 북쪽 스웨덴에서 대서양과 태평양을 건너 일본으로 오고, 그것도 모자라 세계열강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정치 사회적으로 혼란기에 접어들어 있는, 신변조차도 전혀 보장받을 수 없는 낯설고 물설은 코레아를 용감하게 취재하려 뛰어들었다.


문인들이나 동양의 글과는 달리 그의 글은 기자의 글이라서 상세하고 정확하다.

조기잡이 배 하나를 설명해도 '길이가 21.9m에 너비가 7.3m이고 깊이는 3.7m이다'까지 설명하고 한강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낚시꾼에게 다가가 낚시 얼음구멍을 관찰하며 얼음의 두께는 90cm이고 얼음 아래는 놀라울 정도의 맑은 물이 흐르고 있고 모래와 자갈이 환히 보인다는 것까지 적고 있다.


또한 상세한 기록뿐만 아니라 당시의 생활을 담은 140여장의 사진은 모든 것이 100여 년 전의 과거와는 너무나 달라진 오늘에 와서 지난날의 우리 모습과 사회 풍물을 생생하게 만난다는 것은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부산항에 처음 도착한 소감을 말한다.

"우리는 엄청나게 넓은 만에 닻을 내렸는데 이 만 주위에는 까맣고 울퉁불퉁한 바위들이 솟아있고 높고 황량한 갈색의 언덕들이 보초처럼 서 있었다"면서 부산항 사진을 하나 실었다.


기자는 자기의 나라 스웨덴을 강대국이라고 소개하며

날로 기울어져 가는 코레아를 한없이 측은한 모습으로 바라보았지만 이제 우리나라는 스웨덴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국으로 부상한 것과도 무관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는 '코레아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낙천적인 민족이다.

이들은 일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증오한다'라고 말한다.


한국인의 특징으로 온화하고 무관심한 얼굴 표정, 일본인들보다 머리통 하나가 더 있을 정도의 큰 키, 균형 잡힌 신체, 자연스런 태도와 여유를 들어 긍정적으로 평가하였지만 코리아의 고요한 새벽은 그 평온함이 깨진지 이미 오래였고 종말을 고하는 듯한 회색구름이 코리아의 지평선 위에 낮게 드리워져 있다고 했다.


일본의 조심스러운 행위는 이제는 아주 노골적으로 변해

코리아는 사실상 일본의 보호령이 된 것이나 다름없고

동서남북 어디를 가도 일본이 철도 우편 무역 해운을 온통 손아귀에 넣고 있었으므로 제국주의 근성이 강한 일본은 코레아를 곧 멸망시키고 일본에 종속시킬 것이라고 정확히 예상하고 있다.


기자와 서울 가는 기차를 같이 탄 일본군 대위는 우리나라에 대해 이렇게 진단한다.

"망국의 운명에 처한 민족이지요."

"장래성이 없고 중국인보다 더 엉망인 민족입니다.


1천 년 전 잠든 바로 그 자리에 아직도 머물러 있습니다.

너 나쁜 건 잠에서 깨어나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다리로 일어나기를 원치 않으며 독립을 바라지 않습니다.

코레아인들은 독립하기를 싫어합니다.

그들이 살아가면서 원하는 것은 단지 아무 걱정 없이 평화롭게 사는 것이지요. 독립이라는 말은 그들에게는 공포를 의미하고 불신이나 무법과 같다는 말입니다."


기자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구체적으로 잘 몰랐고 일본이 저지른 비행을 세부적으로 몰랐기에 우리나라 사람이었다면 함부로 평하기 어려웠을 고종황제와 황태자에 대해서 느낌을 본 그대로 표현했다.


"나는 황제 폐하와 황세자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볼 수 있었다. 황제의 얼굴은 개성이 없었으나 원만해 보였고 체구는 작은 편이었다. 조그만 눈은 상냥해 보였고 약간 사팔뜨기였다. 그의 시선은 한 곳으로 고정되지 못하고 허공을 헤매었다."


"태자는 아주 못생긴 얼굴이었다. 작고 뚱뚱한 체격에다가 얼굴은 희멀겋고 부은 듯해서 생기가 없어 보였다. 노란 두 눈을 신경질적으로 연방 깜빡거리면서 한시도 쉴 새 없이 이곳저곳에 시선을 돌려대었다. 전체적으로 봐서 인상은 찡그린 돼지의 면상을 보는 것 같았고 무슨 악독한 괴물을 대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바로 망국의 길에 들어선 한 왕조의 마지막 자손이었고 코레아의 마지막 황제가 될 사람이었다."


코레아의 군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황제의 질문에 남이 칭찬을 바랄 때는 칭찬을 하는 법이지 꾸중을 하는 게 아니라는 옛 말이 생각나서


"코레아의 군대의 질서정연함에 깊은 감동을 받았고 배알할 수 있는 영광을 베풀어주신 지고한 황제폐하이자 코레아 군대의 대원수를 고국에 돌아간 뒤에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라는 외교적인 답변에

황제는 매우 마음에 들어했다는 글을 보며 대선을 앞둔 지금도 진실을 보지 못하는 자에게는 이러한 사실이 계속되고 있으며

역사는 이미 예견되어지고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으므로

우리 역시 똑바로 눈뜨고 세상을 정확히 바라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글과 사진의 출처

http://j.mp/eS6jiD

Posted by qlstn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