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12. 10:49

황희(1363-1452)의 본관은 장수이고, 자는 구부, 초명은 수로, 호는 방촌이다. 고려 우왕 기사년(1389)에 문과에 급제한 조선의 이름난 재상이다. 시호는 익성이고, 죽은 뒤에 세종의 사당에 배향되었다.




어느 날 집안에 있는 여종들이 서로 싸우다가 한 여종이 와서 호소하였다.

"저 계집종과 다투었는데 저 계집종은 매우 간악합니다"

"네 말이 맞다"

이번에는 다른 계집종이 와서 역시 이 계집종이 나쁘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네 말이 맞다"

곁에서 이를 지켜보던 조카가 못마땅한 말투로 말하였다.

"아저씨의 흐리멍텅함이 너무도 심합니다. 이 아이는 이렇게 말하고 저 아이는 저렇게 말했으니, 이 아이가 옳고 저 아이는 옳지 못합니다"

그는 역시 이렇게 대답했다.

"네 말도 맞다"


그는 정승으로 30년 동안 있으면서 이미 있는 제도를 힘써 따랐고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또 일을 처리할 때는 순리를 따랐고 도량이 넓어서 일을 처리함에 대신의 체모를 잃지 않았다.

세종도 그 사려 깊은 행동과 신중한 일처리를 늘 칭찬하였다. 어쩌다가 옛 제도를 변경할 경우에는 반드시 이렇게 말했다.

"신은 임기응변의 재주가 없어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일은 감히 논의할 수가 없나이다"



한번은 낮은 관리 하나를 옆에 두고 붓에 먹을 적셔 편지를 쓰는데 남자종 아이가 그 서류 위에 오줌을 쌌다. 그래도 그는 화를 내지 않고 그 오줌을 말없이 닦아 냈다.



밥을 먹을 때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오면 공은 아이들에게 밥을 나누어 주곤 하였다. 종들이 간혹 잘못을 저질러도 매를 치는 일이 없으며 종들도 사람인데 학대하면 안 된다고 늘 말하였다.

뜰 앞에 붉게 익은 복숭아를 이웃 아이들이 와서 따먹으면 공은 부드러운 소리로 아이들을 타일렀다.

"애들아, 다 따지는 말아라. 나도 맛은 봐야지"



한번은 정원을 거닐고 있는데 이웃 아이가 돌을 던져서 잘 익은 배가 땅에 가득 떨어졌다. 공이 소리쳐 종을 부르자 돌을 던진 아이는 담 밖으로 도망쳐서 몰래 엿듣고 있었다. 종이 오자 그에게 떨어진 배를 주워 도망친 아이에게 주라고 하고 나무라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그저 그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수마발 牛溲馬勃  (0) 2009.10.12
Swim or Sink  (0) 2009.10.12
앞으로 잘하라는 족쇄-surprised and humbled  (0) 2009.10.10
그냥 더하는거야! 따지지 말아라.  (0) 2009.10.10
Silvio Berlusconi  (0) 2009.10.09
Posted by qlstn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