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화위지(橘化爲枳)
춘추시대(春秋時代) 말기 제(齊)나라의 대부(大夫)이자 명재상(名宰相)인 안자(晏子: 이름 안영, 자는 평중(平仲))는 단신(短身)의 왜소(矮小)한 체구(體軀)와 달리 대단한 지략(智略)과 담력(膽力)을 지니고 달변(達辯)의 화술(話術)로 유명해,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명재상(名宰相)의 대표격으로 역시 100년 뒤의 제(齊)나라 명재상인 관중(管仲)과 함께 열전(列傳)에 수록된 인물이다.
당시 남쪽의 초(楚)나라 영왕(靈王)은 명성을 드날리고 있는 안자(晏子)의 기를 꺾어보려는 속셈으로 제(齊)나라의 재상(宰相)을 자신의 나라로 초청한다.
안자(晏子)를 접한 영왕(靈王)은 바로 안자에게 그의 왜소한 단신(短身)을 비꼬면서 이렇게 묻습니다.
"제나라에는 이렇게 사람이 없는가?" 이에 안자는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제나라는 길가는 사람들이 어깨를 서로 비비고 발꿈치를 서로 밟고 다니는 정도입니다."라고 응답한다.
영왕은 이어 "그런데 어찌해서 당신과 같은 사람이 사신으로 오게 되었소?"라고 하면서 안자를 비웃는다.
하지만 안자는 태연(泰然)하게 대답한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우리 제나라에서는 사신을 보낼 때 상대국의 상황에 맞는 인물을 골라 보내는 관례가 있습니다. 저는 작은 나라 중에서도 가장 작은 나라의 사신으로 뽑혀 오게 된 것입니다."
보기 좋게 반격을 당해 얼굴이 달아오른 초나라 영왕은 또 다른 상황을 만들어 안자를 굴복시키려 한다. 당(堂) 아래로 병사들이 포승(捕繩)에 묶인 죄인(罪人) 한사람을 끌고 가는 모습을 보이고, 영왕은 병사을 불러 세웠다.
"그 죄인은 어느 나라 죄인인데, 무슨 죄를 지었느냐?"는 왕의 명(命)에 병사는 "제나라 죄인인데 도둑질을 했습니다."라고 대답하자, 영왕은 안자에게 역시 비꼬면서 묻는다.
"제나라 사람들은 원래 도둑질을 잘 합니까?"
그러나 역시 안자는 초연(超然)한 태도로
"회수(淮水) 이남의 귤(橘)을 강북(江北)에 옮겨다 심으면 탱자가 되고 마는데, 그것은 토질(土質)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바로 제나라 사람이 제나라에서 살 때는 도둑질이 무엇인지 모르고 자랐는데, 그가 초나라에 와서 도둑질은 한 것을 보면 역시 초나라의 풍토(風土)가 나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강남의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의미의 '남귤북지(南橘北枳)'로도 사용되는데,
이야기의 출전은 일종의 자서(字書)인 《이아(爾雅)》나 안자(晏子) 자신의 이름이 붙은 정치적 설화집인 《안자춘추(晏子春秋)》, 한대(漢代) 초기의 백과전서인 《회남자(淮南子)》, 또 《주례(周禮)》〈고공기(考工記)편〉에서도 볼 수 있다.
환경(環境) 요인의 중요성을 논한 또 다른 성어로 "마중지봉(麻中之蓬)"을 들 수 있다.
'삼{麻}밭 속{中}의 쑥{蓬}대'라는 뜻을 지닌 마중지봉은 구부러져 바닥으로 자라는 쑥도 꼿꼿하게 위로 뻗어 자라는 삼 밭 속에 나면 저절로 똑바로 위를 향해서 자란다는 뜻이다.
바로 환경에 따라 선(善)과 악(惡)도 바뀌거나 고쳐질 수 있다는 의미다.
곧 쑥이 광합성(光合成)을 위해 위로 자란다는 과학적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마중지봉(麻中之蓬)은 우리가 환경 요인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도무지 그럴 것 같지 않은 사람이 정치라는 것을 하고부터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생각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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