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그대에게 내 안부를 전하고 싶다
그대 떠난 뒤에도 멀쩡하게 살아서
부지런히 세상의 식량을 축내고
더없이 즐겁다는 표정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뻔뻔하게 들키지 않을 거짓말을 꾸미고
어쩌다 술에 취하면 당당하게 허풍떠는 그 허풍만큼
시시껄렁한 내 나날을 가끔씩
그래, 아주 가끔씩은 그대에게 알리고 싶다
여전히 의심이 많아서 안녕하고
잠들어야 겨우 솔직해지는
더러운 치사한 바보같이 넝마같이 구질구질한 내 기다림
그대에게 알려 그대의 행복을 치장하고 싶다
철새만 약속을 지키는 어수선한 세월
조금도 슬프지 않게 살면서
한치의 미안함 없이
아무 여자에게나 헛된 다짐을 늘어놓지만
힘주어 쓴 글씨가 연필심을 부러뜨리듯,
아직도 아편쟁이처럼 그대 기억 모으다
나는 불쑥 헛발을 디디고
부질없이 바람에 기대어 귀를 연다,
어쩌면 그대 보이지 않는 어디 먼 데서
가끔씩 내게 안부를 打電(타전)하는 것 같기에
강윤후의 쓸쓸한 날에..
우송공업전문대 문예창작과
종착역에 다가갈수록 열차가 가벼워진다
차창마다 가을 햇살 눈부시게 부대껴 쩔렁거리고
사람들이 버리고 간 신문처럼 나는 의자에 걸터앉아
흘러버린 세월이나 게으르게 뒤적인다
서둘러 지나온 세상의 역들이 귓가에 바삭대고
출입문 위에 붙은 '수도권 전철 노선도'를 천천히
읽어가던 지친 음성, 청량리 회기
휘경 신이문 석계 그리고
성북, 우린 지금 어디로 가는 거지
그때처럼 나는 아무 대답 못 한 채
고개 돌려 창밖만 바라다본다
어느새 흑백 필름이 되어 스쳐가는 풍경들
나무들은 제 이름표를 떼어내며 스스로 어두워지고
객차는 벌써 텅텅 비어 간간이 울리는 기적 소리가
먼 기억까지 단숨에 되짚어갔다가 돌아오곤 하는데
대숲처럼 마음에 빽빽이 들어찬 세월 비우지 못해
나는 자꾸 무거워진다, 갈 곳 몰라서
떠밀리듯 살아온 날들이 나를
처음의 자리로 되돌아가게 하는가, 성북
거기에 가면 기약 없는 내 기다림 아직
우두커니 남아 기다리는가
이제 열차는 종착역에 닿아 멎을 것이다
그러나 어리석은 내 기다림
거기서 또다시
시작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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