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8. 7. 19:10

1840년 캐나다 래브라도 해안에서 40여명이 탄 배가 난파했다.

사람들은 12명이 겨우 탈 수 있는 구명보트에 모두 올라탔다. 폭풍우가 몰려왔다. 몇몇은 스스로 바다로 뛰어들었지만 나머지도 보트가 감당할 순 없었다.

선장은 고심 끝에 폭풍우를 견뎌낼 수 없을 듯한 노약자부터 내리게 했다.

보트에 남은 이들은 구조됐다.

법정은 선장에게 ‘학살죄’를 물었다.

납치범이 인질 석방의 대가로 돈을 요구할 때, “그까짓 돈이 문제냐”고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납치범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그들로 하여금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하고, 또다른 인질극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납치범과는 어떤 타협도 하지 않는 게 도덕 원칙에 더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무력으로 인질을 구하려면 희생이 더 커질 수 있다. 인질 살해 위협 앞에서 우리가 평온할 수도 없다.

누군가는 납치범과 더 협상을 벌이고, 어차피 완벽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 결과가 나쁠 때, 우리는 협상 대표를 희생양 삼아 자신의 양심을 달래고 싶을지 모른다.

그래서 호소합니다.

탈레반, 그 뜻이 ‘이슬람 경전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라 합니다. 그 뜻을 알고 보니 그 명칭에서 경건함과 순수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지혜와 이성도 느낍니다. 이번에 발생한 사태로 뒤늦게 갖추게 된 인식입니다. 그 전에 당신들에 대한 이해가 넓지 못했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이 세상에 민족의 종류가 수없이 많듯이 종교도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그 중에서 세계 3대 종교가 이슬람교·불교·기독교입니다. 이 세 종교가 세계 3대 종교로 꼽히는 것은 단순히 신도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 것입니다.

마호메트는 약하고 불쌍한 자들을 괴롭히거나 업신여기지 말고 끝없이 도우라는 무한사랑을 가르치는 동시에 엄한 율법까지 만들었습니다. 이슬람, 당신들의 순결한 실행 라마단이 그것입니다. 이 세상의 13억 무슬림들은 그 단식기간을 통해 나보다 약하고 불쌍한 사람들의 괴로움과 고달픔을 생각하며 마호메트의 가르침을 마음에 아로새기고, 금식한 만큼을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위해 베풀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고결한 인간다움입니까. 세계 어느 나라 어떤 곳에서나 날마다 하루에 다섯 번씩 메카를 향해 기도하는 열정과 동시에 라마단을 단 한 번도 어김없이 지켜 나가는 엄격함이야말로 당신네 무슬림들이 얼마나 철저하며 순수한 종교인들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행여라도 당신들에게 붙잡혀 있는 그들이 ‘이교도’라고 좁게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들은 기독교인이기 이전에 우리의 민족 성원이고, 우리의 국민이고, 우리의 형제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국민은 그들이 무사하게 귀국할 수 있기를 한마음 한뜻으로 간절하게 바라고 있습니다.

이번 일을 자비롭게 처리함으로써 당신들은 이슬람의 고결함을 세계인에게 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오래 전부터 이슬람 사원이 있습니다. 이번 일을 슬기롭게 해결하여 이 땅에서 이슬람이 더 번창하고, 당신들의 조국 아프가니스탄과 대한민국이 더욱 친밀한 나라가 되기를 바랍니다.

결과에 대해 정치적 논란을 미리 계산하며 행동하는 무리에 대해

그 들이 정말 치졸한 짓거리하고 있음을 보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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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qlstn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