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가기
시간이 갈수록 없는 집 애들이 서울대 가는 수가 줄어든다.
왜 그럴까?
없는 집 아이는 갈수록 공부를 못하는 것인가?
아니다.
자주 바뀌는 입시제도 탓이다.
사고력, 창의력, 자기주도(自己主導)학습 모두 다 좋은 말이고 그 어느 하나 평가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요소다.
그러나 어느 요소 하나가 등장하는 순간 없는 집 아이는 서울대에서 멀어진다. 의도했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없는 집 아이의 개천에서 용 나는 꿈을 꺾어왔다.
새로운 시스템이 생겼을 때, 돈 많고 더 많이 배운 사회경제적 강자는 더 빨리 적응하고. 약자는 체득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약자가 익숙할 때 쯤이면 제도가 바뀐다.
그래서 끊임없이 수정되어 온 입시정책은 결과적으로 부모 능력과 경제력에 더 좌우되는 결과를 낳았다.
2012년에 있을 18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새로운 수정안이 나올것이다.
요즈음 유행하는 입학 사정관의 '자기주도(自己主導)학습' 중시
자기가 얼마나 미래 목표를 향해 스스로 공부해 왔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공부 잘하는 건 기본이고 얼마나 사회에 기여했고, 특정직에 어울리는 책도 체계적으로 읽어 왔는지 증명해야 한다.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를 들고 "저로 말할 것 같으면…이렇게 잘났습니다"라고 스스로 광고해야 한다.
제 머리에서 아이디어. 제 경험이어야 할 터인데 요즈음 돌아가는 꼴을 보면 자본의 결과이다.
'엄마 주도, 컨설턴트 주도'.
자기주도 학습법을 알려준다는 책·캠프·특강이 인기고, 심지어 전문 컨설팅업체도 생겨났다. 아이보다 엄마들이 더 바빠졌다. 독서 이력 챙기고, 봉사활동단체 알아보고, 포트폴리오를 짜는 건 엄마의 몫이다.
없는 애들한텐 단순한 경쟁이 제일 좋다.
단순한 경쟁에서 이긴 자들이 서울대 나오던 시절 사람은 사고력, 창의력, 자기주도(自己主導)학습력이 없었는가?
생각해 보아야한다.
알듯 모를듯한 단어를 앞세우며 제도를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바꾼 사람들을 보며 30년전 들은 말이 생각난다.
지금은 작고했지만 이름대면 알만한 교육계 인사는
"서울대에는 최소한 가난에 찌든 사람은 들어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하기 어려운 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