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29. 21:45
노을 내리는 섬
권 옥 희
사람보다 갈매기가 살맛나는 섬
그곳에 노을이 내리는 때는
술빛도 붉다
붉은 술에 둥둥 떠서
섬도 노을이 된다
더 이상 떠밀릴 곳이 없어
자신을 갉아먹은 바위
하루 한때는 취해야 사는 바다
비웠다 채워 넣은 시간만큼
돌아보니 남은 시간이 너무 짧다
죽음처럼 견디기 어려운 게
아름다운 삶이라고
온몸에 술을 들이붓고
사람들은 숨통을 향해
술렁술렁 걸음을 옮긴다
속까지 시커멓게 탄
하늘을 반쯤 내리자
섧게 살다간 생의 흔적들
사랑했던 사람들이
군데군데 끼어 있다
슬프고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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