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29. 21:45

노을 내리는 섬



권 옥 희



사람보다 갈매기가 살맛나는 섬

그곳에 노을이 내리는 때는

술빛도 붉다

붉은 술에 둥둥 떠서

섬도 노을이 된다


더 이상 떠밀릴 곳이 없어

자신을 갉아먹은 바위

하루 한때는 취해야 사는 바다

비웠다 채워 넣은 시간만큼

돌아보니 남은 시간이 너무 짧다


죽음처럼 견디기 어려운 게

아름다운 삶이라고

온몸에 술을 들이붓고

사람들은 숨통을 향해

술렁술렁 걸음을 옮긴다


속까지 시커멓게 탄

하늘을 반쯤 내리자

섧게 살다간 생의 흔적들

사랑했던 사람들이

군데군데 끼어 있다

슬프고도 보고 싶다.




'옮겨 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샆편찬위원회  (0) 2011.01.07
S E C R E T SEOUL 001169  (1) 2011.01.01
세모의 정  (0) 2010.12.29
사랑해요 푸틴. 그리고 생일 축하해요  (0) 2010.10.07
不識玄旨 徒勞念靜  (0) 2010.10.03
Posted by qlstnfp